DOGE “신청해야 유급휴가” 압박 전날까지 230만명 중 4만명 신청 목표치 미달땐 대량해고 가능성도
일론 머스크가 수장으로 있는 정부효율부(DOGE)가 미국 연방 공무원 230만 명에게 자발적 퇴사 기한으로 제시한 6일을 앞두고 미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충성심 요구에 반발해 퇴직하거나, 해고를 피하려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글을 삭제하는 공무원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 인사관리국(OPM)은 DOGE의 연방정부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공무원들에게 희망퇴직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메일 제목은 ‘갈림길(Fork in the Road)’로, 머스크가 2022년 당시 트위터(현 X)를 인수한 뒤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과 같다. OPM은 메일에서 6일 오후 11시 59분(미 동부 시간 기준·한국 시간 7일 오후 1시 59분)까지 답신을 보내 퇴직을 신청할 경우 9월 30일까지 유급 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전례 없는 대량 감원 시도에 공무원들 사이에선 불안과 분노가 팽배한 분위기다. 특히 OPM이 공무원들에게 “강화된 행동 기준을 적용하겠다”며 ‘충성도’를 언급한 데 대한 불만이 크다. OPM의 에리카 로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정무직 인사로부터 충성심 관련 질문을 받고 “난 항상 옳은 일을 한다”고 답했다가 직위해제 및 강등 조치를 받자 결국 사임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한 총무청 직원은 로이터통신에 “지금은 아무도 제대로 일할 수 없는 혼란의 상황”이라며 동료들이 직장용 컴퓨터에서 개인 문서 등을 삭제하고 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개인 계정 등에서 트럼프를 비판하는 글이 발견될 경우 해고의 빌미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각 부처는 해고 가능 인원 명단을 작성하는 데 분주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이 중앙정보국(CIA)에 지난 2년간 고용한 직원 명단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CIA가 신입 직원과 중국 전문요원들의 이름 머리글자가 공개된 명단을 보안 메일이 아닌 일반 메일로 보낸 것으로 알려져 ‘방첩 참사’ 비판이 제기됐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