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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 석유’ 주장 美 액트지오, 40억 챙기고 떠나

입력 | 2025-02-07 03:00:00

[대왕고래 경제성 없다]
작년 발표 당시에도 신뢰성 논란… 울릉분지 ‘마귀상어’ 평가도 따내
잇따른 용역, 사실상 특혜 의혹
정부, 대왕고래 데이터 정밀 분석… 美업체 ‘코어랩’과 우선협상 진행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던 미국 기업 ‘액트지오’의 설립자이자 고문인 비토르 아부레우 박사. 동아일보DB


정부는 ‘대왕고래’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 시추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기 위해 미국 업체 ‘코어랩(Core-Lab)’과 우선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해 유전 가능성을 제기한 ‘액트지오(ACT-GEO)’는 분석 기관이 아닌 만큼 대상에서 빠진다. 석유·가스전 개발의 첫 삽으로 평가받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가 일단 실패로 돌아가면서 액트지오의 신뢰성에 대해 다시 한번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대왕고래에서 수집한 시료와 데이터 분석을 맡길 기관을 선정하기 위해 글로벌 5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명경쟁 입찰을 실시했다. 이 중 미국의 지질구조 분석 업체인 코어랩과는 이달 내 선정을 목표로 우선협상을 하고 있다. 계약금은 1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종 선정된 업체에 대왕고래에서 나온 1700개 이상의 시료 분석을 맡겨 이를 후속 탐사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분석 업체가 아닌 액트지오는 이번 입찰 대상에서 빠졌다. 미국의 자문 업체인 액트지오는 앞서 한국석유공사 등에 낸 용역 보고서를 통해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 140억 배럴이 넘는 가스·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액트지오는 이 외에 51억 배럴 이상의 추가 가스·석유가 울릉분지(마귀상어)에 묻혀 있을 가능성을 내놓기도 했다.

액트지오의 이 같은 평가를 기점으로 시작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액트지오의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발표 당시부터 액트지오는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사실상 1인 기업이라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사무실이 미국 텍사스주의 한 가정집으로 되어 있는 데다, 현지에서 세금까지 체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부실 업체’ 논란은 더욱 커졌다.

대왕고래에 이어 마귀상어까지 액트지오가 연달아 유망성 평가 용역을 따낸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석유공사가 액트지오에 용역비로 지불한 금액은 4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가 대왕고래 시추에 들인 예산은 총 1000억 원이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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