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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 말고 ‘설상’ 이승훈 “더 많은 역사 쓸테니 지켜봐 주세요”

입력 | 2025-02-09 13:30:00


한국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 이승훈이 8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야부리 스키 리조트에서 열린 2025 겨울 아시안게임 프리스키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라이트사이드 1260(오른 방향으로 3.5회전) 기술을 연기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이승훈(20)은 ‘눈밭’에서는 이름을 좀 날리는 선수다. 이승훈은 2021년 국제스키연맹(FIS)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로는 최초로 은메달을 땄다. 시니어 무대에서도 최초의 역사를 계속 쓰는 중이다.

이승훈은 8일 야불리 스키 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하얼빈 겨울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전까지는 2017 삿포로 대회 때 모굴스키 최재우가 딴 은메달이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가 아시안게임에서 남긴 최고 성적이었다. 이승훈은 지난해 2월 캘거리 대회 때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역사상 첫 FIS 월드컵 메달(동) 획득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겨울 종목에서 ‘이승훈’이라고 하면 아직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 이승훈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최초 금메달 주인이 된 이승훈은 “설상 이승훈은 앞으로 더 많은 역사를 쓸 테니 지켜봐 달라”며 웃었다.

8일 열린 메달 세리머니에서 멍이 든 눈을 안대로 가리고 시상대에 오른 이승훈. 하얼빈=AP 뉴시스

이승훈은 이날 저녁 열린 공식 메달 세리머니 때 오른쪽 눈에 안대를 낀 채로 시상대에 올랐다. 대회 전날 공식 훈련 때 눈보라가 치는 궂은 날씨에도 고난도 기술인 스위치 더블콕 1260(반대 방향으로 진입해 회전축 두 번 바꾸며 다 세 바퀴 반 회전)을 시도하다 파이프에 눈을 박으며 떨어져 크게 멍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회가 열린 야불리 스키 리조트는 이날 ‘최고’ 기온 영하 10도에 바람까지 많이 불어 선수들이 비거리와 속도를 내는 데 애를 먹었다. 공식 훈련 때 무리하다 부상을 입은 이승훈은 정식 경기 때는 스위치 점프를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라이트사이드 1260(오른 방향으로 3.5회전)를 최고난도 점프로 포함한 구성만으로도 1차 시기에 96점을 받았다. 이승훈은 이미 우승을 확정한 3차 시기에도 더블콕 점프를 추가해 점수를 97.50점까지 높였다.

이승훈은 “파이프 상태가 안 좋아 최고의 기술을 못 보여드려서 아쉬웠다. 다른 선수들도 날씨 때문에 고난도 기술을 시도하지 못해 전반적으로 대회 수준이 떨어졌다.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 시기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보여드렸다”고 했다.

이승훈은 9일 새벽 비행기로 하얼빈에서 곧바로 캐나다 캘거리로 이동해 다음 월드컵을 준비한다. 지난해 자신이 한국 프리스타일 최초 메달을 땄던 곳이다. 이승훈은 “월드컵 첫 메달도 그렇고 아시안게임 첫 메달도 그렇고 메달을 딴 뿌듯함과 좋은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월드컵에서도 선수들이 다들 이를 갈고 나온다. 저도 구성을 더 높이는 걸 생각 중이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8일 남자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에서 금메달을 딴 이채운. 2025 하얼빈 겨울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제공.

8일 슬로프스타일에서 금메달로 몸을 푼 이채운은 13일 주 종목 하프파이프에서 메달 추가에 나선다. 2025 하얼빈 겨울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제공.

이승훈과 함께 내년 겨울 올림픽 설상 종목 메달 유망주로 주목받는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대표 이채운(19)도 8일 남자 슬로프스타일에서 출전 선수 가운데 홀로 90점대(90점) 점수를 받고 금메달을 땄다.

2023 FIS 세계선수권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이자 2024 강원 청소년 겨울올림픽 슬로프스타일, 하프파이프 2관왕에 오른 이채운은 13일 주 종목인 하프파이프에서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