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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장기침체 우려… 배터리 3사, 투자 축소 등 ‘월동’ 준비

입력 | 2025-02-10 03:00:00

포드 “전기차 적자로 8조원 손실”
가격하락 압력 속 ‘배터리 겨울’ 예고
‘美시장 집중’ 韓배터리 업계도 타격
“美, IRA 폐지 대신 축소-조정 예상”




“지난해 (전기차 부문인) 포드 모델 e에서만 50억∼55억 달러(약 7조∼8조 원)의 손실이 예상됩니다.”

7일(현지 시간) 폭스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셰리 하우스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 발표에서 포드 전기차가 연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격 하락 압력이 계속되면 유럽과 북미 시장의 가격 책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전기차 가격 인하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문제는 포드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 고객사라는 점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포드의 사례가 ‘배터리 겨울’을 맞은 업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캐즘(일시적 성장 정체)이 아니라 장기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 3사 주력 북미 전기차 시장 둔화 길어져

포드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주요 고객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가 유럽으로 보내는 전기 상용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SK온은 미국 현지에서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운영하고 있다.

북미 전기차 시장 둔화로 SK온과 포드의 미국 합작사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2공장과 테네시 공장 등이 줄줄이 가동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가동 예정인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전경. SK온 제공

북미 전기차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주춤하자 포드는 지난해 8월 전기차 투자 비중을 40%에서 30%로 낮췄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북미 고객사 위주인 국내 배터리 업계에 고스란히 타격이 됐다. SK온은 당초 올해로 예정됐던 블루오벌SK 테네시주 합작공장 가동을 1년 연기한다. 앞서 지난해 GM과 삼성SDI의 인디애나주 합작공장도 당초 2026년 가동에서 2027년으로 연기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역별로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분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주력인 북미 시장은 지난해 1∼11월 누적 전기차 인도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럽 시장은 같은 기간 0.8% 줄었다. 이 기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북미 비중도 12.1%에서 10.6%로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65.3%를 차지한 중국 시장은 전년 대비 39.7% 성장했다. 중국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CATL과 BYD 등 현지 기업들도 20%대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더 이상 캐즘 아닐 수도” 월동 준비 돌입

중국 시장은 현지 기업이 독점하고 유럽 시장은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3사는 여전히 북미 시장 공략에 기대고 있다. 출하되는 배터리 셀당 35달러(약 5만 원)를 지원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를 지난해 4분기(10∼12월) LG에너지솔루션은 3773억 원, 삼성SDI는 249억 원, SK온은 813억 원 받았다. 현재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인 셈이다.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IRA 폐지는 주요 공장들이 위치한 지역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연방정부 정책의 무게가 ‘탈(脫)전동화’에 실린다면 향후 북미 시장 성장세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현욱 SK온 IR담당은 실적 발표를 통해 “(미국이) IRA 전면 폐지보다는 요건 축소 및 조정을 할 것”이라며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도 현지 고용 등을 감안하면 폐지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터리 3사는 공장 가동 연기와 더불어 투자 축소,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월동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위기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20∼30% 줄인다. SK온과 삼성SDI도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축소하기로 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