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랜스젠더의 여자부 경기 참가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 AP 뉴시스
‘공정’인가 ‘포용’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트랜스젠더)한 선수의 여자부 스포츠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비자 제한 등을 통해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출전을 금지할 방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포츠계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공정과 포용 관련 논란을 다시 불러오고 있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이 주장들에 힘입어 국제수영연맹,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등에서 사춘기 이후 성전환한 선수들은 여자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제한했고 그 움직임은 점차 확산 중이다. IOC는 트랜스젠더의 출전 문턱을 지워 왔지만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각 종목단체들은 이와 반대로 트랜스젠더의 출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트랜스젠더 출전 규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이유는 ‘공정성’이다. 남성으로서의 신체적 이점을 지니고 여성 경기에 참여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트랜스젠더가 신체에 있어 남성적 우위를 유지한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이를 주장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는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연구 결과 역시 확실한 우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랜스젠더의 운동 능력에 대한 연구는 그 연구 대상이 워낙 적기에 아직은 연구 성과가 미흡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연구결과에 따라 이에 근거한 공정성 논란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쟁점은 포용의 문제다. IOC가 그동안 트랜스젠더 및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정책을 펴온 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이들의 실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존재를 사회가 공식적으로 부인하면 이들에 대한 모욕과 차별이 강화되고 이들의 생계와 생존이 직접적 위협을 받는다. 아무리 소수라지만 이들의 인권을 근본적으로 말살하는 것이 과연 법적,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가라는 문제는 불거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일부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대해 반인권적이라며 소송을 준비하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오픈 종목’이다. 트랜스젠더끼리 혹은 남녀 구분 없이 모두 참가하는 방식이다. 남녀 구분을 없앨 경우 신체적으로 우위에 있는 남자들이 승리를 독식할 것이기에 오히려 여자들에 대한 차별이 강화된다는 전망도 있어서 운영 방식에 대한 세부적 조정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공정과 포용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이 문제는 정밀한 과학적 연구와 세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전히 긴 시간이 필요함을 예고하고 있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