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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공정인가 포용인가, 트랜스젠더 출전금지 논란

입력 | 2025-02-09 23:06: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랜스젠더의 여자부 경기 참가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 AP 뉴시스


‘공정’인가 ‘포용’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트랜스젠더)한 선수의 여자부 스포츠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비자 제한 등을 통해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출전을 금지할 방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포츠계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공정과 포용 관련 논란을 다시 불러오고 있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스포츠계 흐름은 점진적으로 이들을 포용하며 그 문턱을 낮춰 오는 것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03년 10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2004년부터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여자부 출전을 허용했다. 이때의 조건은 성전환 수술을 받고, 2년간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었다. 이러한 초기 규정은 점차 완화됐는데 IOC는 2015년 성전환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없애고 최소 12개월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혈중 농도가 L당 10nmol(나노몰·나노는 10억분의 1) 이하로 유지되면 여자부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는데 남성의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지닌 선수가 여성들의 공간에 들어설 수 있는 근거가 돼 거부감을 낳았고, 또 선천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단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다는 이유로 여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무엇보다 테스토스테론과 경기력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학계의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IOC는 2021년 가이드라인을 바꿔 기존 테스토스테론 기준을 삭제했다. 그 대신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고려해 트랜스젠더 출전을 검토하되 세부 기준은 각 단체가 정하도록 했다.

이 과정은 트랜스젠더의 신체적 특징과 운동능력에 대한 연구결과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초기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후 테스토스테론의 감소와 체지방 증가 등으로 남성으로서의 신체적 이점이 사라진다는 연구결과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점차 이와 정반대의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는데, 12세 전후의 사춘기를 남성으로서 지냈다면 이후 성전환 수술을 했더라도 근력과 골밀도 등 남성으로서의 신체적 이점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 주장들에 힘입어 국제수영연맹,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등에서 사춘기 이후 성전환한 선수들은 여자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제한했고 그 움직임은 점차 확산 중이다. IOC는 트랜스젠더의 출전 문턱을 지워 왔지만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각 종목단체들은 이와 반대로 트랜스젠더의 출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트랜스젠더 출전 규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이유는 ‘공정성’이다. 남성으로서의 신체적 이점을 지니고 여성 경기에 참여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트랜스젠더가 신체에 있어 남성적 우위를 유지한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이를 주장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는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연구 결과 역시 확실한 우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랜스젠더의 운동 능력에 대한 연구는 그 연구 대상이 워낙 적기에 아직은 연구 성과가 미흡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연구결과에 따라 이에 근거한 공정성 논란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쟁점은 포용의 문제다. IOC가 그동안 트랜스젠더 및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정책을 펴온 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이들의 실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존재를 사회가 공식적으로 부인하면 이들에 대한 모욕과 차별이 강화되고 이들의 생계와 생존이 직접적 위협을 받는다. 아무리 소수라지만 이들의 인권을 근본적으로 말살하는 것이 과연 법적,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가라는 문제는 불거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일부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대해 반인권적이라며 소송을 준비하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오픈 종목’이다. 트랜스젠더끼리 혹은 남녀 구분 없이 모두 참가하는 방식이다. 남녀 구분을 없앨 경우 신체적으로 우위에 있는 남자들이 승리를 독식할 것이기에 오히려 여자들에 대한 차별이 강화된다는 전망도 있어서 운영 방식에 대한 세부적 조정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공정과 포용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이 문제는 정밀한 과학적 연구와 세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전히 긴 시간이 필요함을 예고하고 있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