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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일간 꿈꿨던 가족과 재회는 없었다[지금, 이 사람]

입력 | 2025-02-10 03:00:00

하마스에 납치됐다 풀려난 이스라엘인 샤라비
아내와 두 딸은 하마스에 이미 몰살
석방될 때까지 가족 사망 사실 몰라



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데이르알발라에서 석방된 이스라엘 인질 엘리 샤라비 씨(왼쪽)가 석방 직전 하마스 대원들에게 붙들린 채 서 있다. 데이르알발라=AP 뉴시스


“아내와 두 딸이 보고 싶습니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됐던 이스라엘 인질 엘리 샤라비 씨(52)가 491일 만인 8일 석방됐다. 그는 석방 일성으로 ‘가족과의 재회’를 강조했지만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부인 리앤 씨와 딸 노이야(16), 야헬(13) 등 세 명은 이미 하마스에 살해됐기 때문이다.

BBC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오하드 벤 아미 씨(56), 오르 레비 씨(34) 등 3명의 남성을 풀어줬다. 이스라엘 또한 183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했다. 하마스는 3명의 인질을 석방 직전 데이르알발라의 한 무대에 올렸다.

납치 전 건장한 체구였지만 몰라보게 야윈 모습으로 나타난 샤라비 씨는 “아내와 딸들에게 돌아가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했다. 그때까지도 가족의 사망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는 가자지구 인근 베에리 집단농장(키부츠)에서 동생 요시 씨와 납치됐다. 당시 아내와 두 딸은 그의 집 안에서 살해됐지만 하마스는 석방 당일까지 아내와 두 딸의 생사를 알려주지 않았다. 함께 납치됐지만 다른 곳에 있었던 요시 씨가 숨졌다는 점만 알려줬다.

샤라비 씨의 처남이자 리앤 씨의 남동생인 스티븐 브리즐리 씨는 BBC에 매형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하며 “491일을 생존한 뒤 가족의 사망 소식을 접하는 것은 또 다른 고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을 버스에 태워 남부 라몬공항, 지중해 연안 아슈도드항구 등으로 이동시킨 후 이집트, 요르단 등으로 보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8일 전했다.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4만 명의 가자 주민을 주변국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가자지구를 미국이 직접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가자 주민 강제 이주 구상의 후속 조치 성격이다. 다만 이스라엘을 제외한 전 국제사회가 강제 이주가 국제법을 위반할 뿐 아니라 인종 청소의 성격이 크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