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자신 안에 온 가족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이 경험한 것과 같은 관계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렬한 경험은 자신의 원래 가족과의 관계다.”
―존 브래드쇼 ‘가족’ 중
류한월 시조 시인·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어떤 관계는 태어나기도 전에 정해진다. 우리는 가장 먼저 가족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상처받고, 세상을 익힌다. 존 브래드쇼의 문장은 한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관계의 지도’를 선명히 드러내며 가족의 본질을 꿰뚫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독립된 개인이라 여길 때가 많지만, 실제로는 유년 시절부터 형성된 가족과의 관계가 사고와 행동, 나아가 인간관계의 패턴을 규정한다. 마치 깊은 강 아래 흐르는 보이지 않는 물살처럼 말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존재 이상이다. 그들은 아이가 만나는 첫 번째 세상이며, 세상의 축소판이다. 아이는 어린 시절 경험한 관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형성한다. 사랑과 인정의 경험 속에서 자라나 자기 가치감을 지닌 아이는 세상과 안정된 관계를 맺게 된다. 반대로 상처받은 아이는 세상과 불안정한 관계를 맺으며 두려움과 갈등을 겪게 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을 좇는다. 그리고 그 익숙함은 대부분 가족에게서 비롯된다. 건강한 관계의 유산을 물려주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이다. 건강한 가정은 건강한 관계를 낳고,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결국,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가족의 모습이 그들이 만들어 갈 세상을 결정한다. 시선은 자주 바깥으로 향하지만, 삶의 진실은 안쪽에 있다. 우리가 맺은 수많은 관계의 뿌리는 어린 시절, 가족이라는 작은 우주에서 자라났다. 거울 속 내 모습 뒤에 서 있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그림자들. 그것은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는 모든 가족의 이야기다.
류한월 시조 시인·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