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女500m 이어 女1000m 금-금-금 한국 여자 선수 AG 3관왕은 처음… 500m-1000m 대회기록 잇단 경신 차세대 에이스 김길리와 선의 경쟁… “밥 잘 사주는 언니로 남고 싶어요”
돌아온 ‘쇼트트랙 여왕’ 최민정이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두른 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하얼빈=뉴시스
‘쇼트트랙 여왕’ 최민정(27)이 돌아왔다. 주 종목인 여자 1500m 금메달은 후배 김길리(21)에게 내줬지만 1년 공백을 뛰어넘어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첫 3관왕에 올랐다.
최민정은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선에서 1분29초637의 아시안게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루 전인 8일 혼성 계주 2000m와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땄던 최민정은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겨울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선수가 3관왕에 오른 건 최민정이 처음이다.
최민정이 떠난 사이 빈자리는 ‘차세대 에이스’ 김길리가 채웠다. 김길리는 2023∼20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옛 월드컵)에서 여자부 종합 1위에 오르며 크리스털 글로브를 받았다. 8일 열린 이번 대회 1500m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장거리 최강자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반면 최민정은 이 종목에서 4위에 그쳤다.
하지만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최민정은 1500m에 이어 열린 여자 500m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이 종목 금메달을 따냈다. 500m는 한국이 스프린트 능력이 좋은 중국 선수들에게 전통적으로 밀리던 취약 종목이다. 하지만 최민정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데 이어 김길리와 이소연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하며 시상식 때 태극기 세 개가 나란히 걸리는 장관을 연출했다. 최민정은 500m 예선에서 43초321의 기록으로 판커신(중국)이 2017 삿포로 대회에서 세웠던 아시안게임 기록(43초371)을 8년 만에 경신한 데 이어 결선에서는 42초885로 기록을 더 줄였다.
9일 여자 1000m 준결선에서도 최민정은 1분29초835의 기록으로 심석희가 삿포로 대회 때 세운 아시안게임 기록(1분30초376)을 깼다. 그리고 1000m 결선에서 1분29초637로 아시안게임 기록을 다시 썼다. 최민정은 “이번 대회도 사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향한 과정이다. 이제 밀라노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걸 느낀다. 밀라노까지 계획한 것들을 차근차근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후배 김길리(왼쪽)의 후반 추격을 막아낸 최민정은 전날 혼성 2000m 계주, 여자 500m에 이어 금메달을 추가하며 한국 선수단 첫 3관왕에 올랐다. 신화 뉴시스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마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14일부터 밀라노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6차 대회에 출전한다.
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