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정상회담] 北에 러브콜속 ‘서두르지 않겠다’ 뜻 핵동결 등 스몰딜 제안 가능성 여전 金은 ‘핵무력 고도화 방침’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북한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그와 잘 지내는 것이 모두에게 매우 큰 자산”이라고 밝혔다. 취임 이후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면서 북-미 대화를 추진할 의사를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북한을 상대로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같은 날 발표된 미일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공약(commitment)을 재확인했다”며 “북한에 대응하고 지역 평화와 번영을 수호하는 데 한미일 3국 협력이 중요함을 확인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지난해 4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일본 총리 회담 등 기존 미일 공동성명에 담긴 것과 같은 표현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공동성명에 이 표현을 담은 것을 두고 일각에선 북한 비핵화 원칙을 포기하면서까지 북-미 대화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며 북-미 대화를 위해선 북한의 호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일 인민군 창건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겨냥해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형성은 조선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 새 격돌 구도를 만드는 근본 요인”이라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핵 역량을 포함한 모든 억제력을 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새로운 계획사업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핵무력을 더욱 고도화해나갈 확고부동한 방침을 재천명했다”고 보도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앞두고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