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女 100m 이나현 金-김민선 銀… 500m에선 자리만 바꿔 1, 2위 국제대회 사상 첫 ‘동반 포디움’… 팀스프린트에선 김민지와 金합작 李 “올림픽 모의고사 잘 치러”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여자 팀 스프린트 금메달을 합작한 김민선(오른쪽) 이나현(가운데) 김민지가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태극기를 함께 들고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날 여자 500m에서는 김민선이 금, 이나현이 은메달을, 전날 100m에서는 이나현이 금, 김민선이 은메달을 따면서 두 선수는 나란히 대회 2관왕이 됐다. 하얼빈=뉴스1
‘언니’ 김민선(26)과 ‘동생’ 이나현(20)이 하루 사이 순서를 바꿔가며 금,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한 팀으로 출전한 팀 스프린트에서는 금메달을 합작했다.
‘신 빙속여제’ 김민선은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8초24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나현은 0.09초 뒤진 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다.
하루 전인 8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m에서는 이나현이 10초501을 기록해 금메달, 김민선은 0.004초 차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틀 연속 자리만 바꿔 시상대에 오른 두 선수는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국제무대 ‘동반 포디움(입상)’을 연출했다.
2017년 삿포로 아시안게임 때 고교생 막내였던 김민선은 맏언니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처음 금메달을 땄다. 삿포로 대회에서는 500m 7위, 1000m 13위에 그쳤다.
일찌감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김민선은 최근 두 시즌 연속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부츠를 교체했다가 기록이 나지 않자 다시 원래 부츠를 신었고, 비시즌에는 다국적 중장거리 선수들이 연합해 훈련하는 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김민선은 “(모험이) 100% 만족스러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메달을 (이전만큼) 많이 따지 못해서 힘들기도 했다. 다만 선수로서 장비 확인 등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 것은 발전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종 목표는 2026 겨울올림픽이다. 이번 대회에서 과정 하나를 잘 넘었다는 생각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밀라노가 앞에 와 있을 것 같다. 이번 아시안게임처럼 꼭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김민선에게 혜성처럼 떠오른 이나현은 좋은 경쟁자이자 동반자다. 이나현은 2023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이상화(은퇴), 김민선에 이어 세계 500m 주니어 기록을 갈아치운 유망주다. 지난 시즌 월드컵 여자 500m에선 최고 5위까지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김민선의 소속팀 의정부시청의 제갈성렬 감독은 “이상화가 은퇴한 후 (김)민선이가 외롭게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을 지켜왔다. 그런데 이나현이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면서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선 역시 “시상대에서 연이틀 같이 서는 경우가 처음이라 신기했다. 그만큼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서 좋다”고 말했다.
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