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억울한 수감뒤 불안증 김신혜, ‘환자 거주 요건’ 못채워 입원 거절돼
‘망상 폭력’ 환자들 응급입원 못시켜… 안인득 ‘5명 살인’ 참사 부르기도
“법원이 판단 ‘사법입원제’필요” 지적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살다 재심에서 무죄를 받고 지난달 6일 25년 만에 출소한 김신혜 씨(48). 억울한 옥살이를 마친 그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라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그런 김 씨가 보름 뒤인 21일 고향인 전남 완도에서 약 350km 떨어진 서울 강남구 삼성역 근처에서 발견됐다. 출소 후 심한 불안과 망상을 앓았기 때문이다. 가족의 실종신고로 약 하루 만에 발견된 김 씨는 관할 파출소에서 ‘나는 북한에 가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망상 증세가 심각해지자 김 씨의 남동생과 담당 변호사는 김 씨를 국립 정신의료기관에 보호입원시키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보호자-환자 3개월 이상 동일 주소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환자 못 받는다”, 거절 사례 빈번
김 씨처럼 정신질환자에게 주민등록상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와 오래 떨어져 살았던 경우 보호입원이 어려워 당사자와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건강증진법상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는 환자의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그 외 형제자매나 친인척 등이 될 수 있다. 다만, 직계혈족과 배우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최근 3개월 이상 환자와 같은 주소에 거주해야만 보호의무자가 될 수 있다.
보호입원을 거절당한 보호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신질환자가 본인이나 남을 해치는 극단적인 상황이다. 한 정신의료기관 관계자는 “심한 망상으로 타인에게 폭력을 가할 우려가 큰 환자가 있어도, 아직 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라서 응급입원도 못 시키는 경우가 한 달에 한두 번꼴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2019년 경남 진주시 아파트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불을 질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안인득은 사건 발생 2주 전부터 형제들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려 했으나 요건을 채우지 못해 입원이 무산됐다.
● “기준 개선 필요, 사법입원제도 검토할 만”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조승연 기자 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