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접수 시 심의위 개최·조치’ 반대 90% 넘어
“질환 교원 명확한 기준 없어…치료·지원 힘써야”
13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학부모와 함께 하교하고 있다. 뉴스1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 살해된 김하늘 양(8) 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하늘이법’ 제정이 추진 중인 가운데 서울 교사 10명 중 9명이 ‘질환교원심의위원회’(심의위) 의무 설치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8일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14~16일 교사 5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늘이법 관련 긴급 설문조사’에서 95%(5012명)가 심의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교원에 대해 휴직·면직 등 조치를 하는 것에 반대했다.
이번 조사는 교육부 방안이 아닌, 고동진·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실시했다. 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교육감 밑에 심의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정신상 등의 장애로 장기간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교원에게 휴직, 면직, 상담 심리 치료 등 조치를 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응답교사의 94.6%(4990명)가 질환 교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명시되지 않은 점에 우려했다. 또 교사의 97.5%(5127명)가 질병휴직 중인 모든 교원이 잠재적인 질환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91.9%(4847명)는 고 의원의 법안에 명시된 ‘장기간’이라는 단어가 대상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여당 대책에는 없지만 법안에 포함된 ‘민원 접수 시 심의위 개최와 조치’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고 의원의 발의안에는 민원 접수에 따라 교육당국이 의무적으로 교사를 조사하게 돼 있는데 각 91.7%(4835)와 91.9%(4847)의 교사가 반대 의사를 보였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은 “정신질환이 있는 교원을 배제하려는 방향으로만 흘러갈 경우 차별을 조장하고 교원의 정신 건강 문제를 숨기게 만들 위험이 있다”며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해도 모두 가해자와 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교사의 정신 건강 보호와 안전한 교육 환경을 조성이 우선이라는 게 서울교사노조의 입장이다.
한편 교육부는 17일 국민의힘과 당정협의회를 거쳐 ‘하늘이법’의 추진 계획을 밝혔다. 당정은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교원직무수행적합성심의위원회’(가칭)로 이름을 바꿔 법제화하기로 했다. 심의위에선 고위험 교사의 직무 수행 가능성을 판정하고 직권휴직, 직권면직, 상담, 심리치료 등을 권고한다. 휴직 교사의 복직도 심의위에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