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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레지던스 잡아라”… 건설업계, 전담팀 꾸리고 지분 투자

입력 | 2025-03-11 03:00:00

SK디앤디-현대건설 등 뛰어들어
베이비부머 은퇴-초고령사회 진입
주택시장 대체 미래 먹거리로
“임대료로 수익, 사업성 분석해야”




10일 SK디앤디가 ‘워버그핀커스’와 공동 개발하기로 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시니어 레지던스 조감도. SK디앤디 제공

SK그룹 계열사 SK디앤디가 글로벌 사모펀드와 손잡고 고령층을 겨냥한 주거 공간인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에 나선다. SK디앤디와 미국계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는 10일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위한 3500억 원 규모의 공동 투자 협약(MOU)을 체결했다. SK디앤디는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민간임대 등 상업용 부동산 개발 및 운영을 하는 계열사로, 두 회사 모두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투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첫 사업지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샘 소유 부지로, 내년 초 착공해 2028년 준공할 계획이다. 이후 사업지를 최대 1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재정적 여유가 있는 고령층인 ‘영올드(Young Old)’를 위한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을 선점하려는 건설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올해부터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은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재개발, 재건축 등이 사업비 증액으로 난항을 겪고 주택 경기 침체가 길어지자 미래 먹거리로 시니어 레지던스에 주목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 전담팀 꾸리고 지분 투자까지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1월 서울 은평구 진관동 시니어 레지던스 공사를 시작했다. 1개 동(지하 6층∼지상 14층), 214실 규모다. 현대건설은 지분 29.9%를 투자해 이번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준공 후 운영은 공유 주거 ‘맹그로브’를 운영하는 엠지알브이가 맡는다.

포스코이앤씨도 최근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령 입주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레지던스 운영 기업(애스콧), 요양서비스 기업(대교뉴이프), 의료기관(차움의원) 등과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짓고 있는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는 10월 입주 예정이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에서도 사업지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건설사들이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진출하는 건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시장도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고령 인구 비율 14% 이상) 진입 후 7년 만인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고령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했다. 일본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데 12년, 독일이 37년 걸린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수준이다.

정부도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토지를 매입하는 대신 빌려서 실버타운을 설립·운영하도록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주택 연금에 가입한 사람이 실버타운으로 이주해도 주택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한국주택금융공사 내규를 개정했다.

● 수익성 확보는 숙제


전문가들은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하려면 철저한 사업성 분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으면 수요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종로구 평창동 평창카운티, 송파구 장지동 위례 심포니아 등 기존 시니어 레지던스 가운데 입주자가 미달인 사례가 적지 않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AURI) 연구위원은 “땅값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며 “대학 유휴 부지를 상업용 주거 시설로 활용하는 부산 동명대 모델 등이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호 해안건축 소장은 “치매 노인을 관리하는 ‘메모리 케어’ 등 특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비용을 내고서라도 입주할 유인이 생기고 수익화 모델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