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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사망률 1위 몽골에 ‘K-간이식’ 전수…15년간 300명 살렸다”

입력 | 2025-03-13 15:37:00


국내 병원이 세계에서 간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 몽골에 생체 간 이식 수술법을 전수해 15년 동안 300명이 넘는 환자를 살렸다. 생체 간 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절제해 간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옮겨 붙이는 수술이다.

서울아산병원은 2011년부터 몽골 울란바토르 국립 제1병원에 생체 간 이식을 전수해 지난달 22일 305번째 생체 간 이식을 진행했다고 13일 밝혔다. 간경화를 앓던 어머니 엥흐멘드 씨(41)에게 아들 갈바드라흐 씨(25)의 간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이 수술은 몽골 최초로 복강경을 이용한 간 절제술이다. 복강경 수술은 기증자의 배에 지름 1cm 이하 구멍을 뚫은 뒤 간을 절제해 빼내는 고난도 수술이다. 이 수술에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정동환, 강우형 교수가 참여했다.

세계암연구기금(WCRF)에 따르면 몽골은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간암 신규 환자가 96.1명으로 세계 1위다. 인구 대비 간암 사망률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에 몽골 정부는 2009년 간이식 프로그램 유치팀을 조직하고 서울아산병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약 2년의 의료진 연수 끝에 2011년 9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현지에서 몽골 최초로 생체 간 이식에 성공했다. 2015년엔 몽골 의료진이 독자적으로 간 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15년간 몽골 의료진 192명이 한국에서 연수를 받았고, 서울아산병원은 의료진 214명을 보내 수술법을 전수하고 협진 수술을 진행했다.

생체 간 이식 전수는 서울아산병원이 2009년부터 시작한 개발도상국의 의료 자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아산 인 아시아(Asan-in-Asia)’ 프로젝트 일환이다. ‘아산 인 아시아’는 한국이 미국의 교육·의료 원조 프로그램인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1950년대 근대 의료의 기틀을 마련했던 사례를 참고했다. 몽골 생체 간 이식 전수에 드는 비용도 모두 서울아산병원이 지원했다.

‘아산 인 아시아’ 프로젝트를 이끈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몽골 정부와 협약 당시엔 마땅한 간이식 기술과 장비가 없어 해외 원정 치료에 의존해야 했다”며 “300명 이상이 간 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정동환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도 “기증자 복강경 간 절제술 등 새로운 의료 기술이 현지에 잘 정착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