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도 없던 극히 이례적 조치
“남아공 정부가 백인 차별” 주장
머스크 비난한 발언이 이유인 듯

AP 뉴시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각) 주미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를 기피인물로 선언했다.
루비오는 X에 올린 글에서 에브라힘 라술 대사가 “인종적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혐오하는 인물이라고 비난하며 그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기피 인물)”로 선언했다.
루비오는 라술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한 발언을 다룬 미 극우 언론 브레이트바트의 기사를 공유했다.
남아공 출신인 머스크는 남아공의 토지수용법이 남아공 백인 소수 집단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연초 활용되지 않는 토지나 공익적 목적에 적합한 토지를 정부가 수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토지수용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흑인들이 토지를 빼앗기고, 비(非)백인 전용 지역으로 강제 이주당한 일을 바로잡는 것이 목표다.
국무부는 기피인물 결정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으며 기피인물 선언 시점에 라술 대사가 현재 미국에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이 외국 대사를 추방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기피인물 지정은 주로 낮은 직급 외교관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냉전시대 미·러 외교관 추방이 정점에 달했을 때는 물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그리고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정보원의 독극물 중독 사건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도 미국과 러시아는 대사를 추방한 적이 없다.
라술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주미 대사를 역임한 후, 올해 1월 복귀했다.
그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백인 거주 지역으로 지정된 케이프타운의 한 지역에서 강제 퇴거당한 경험이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흑인 주도 남아공 정부에 대한 원조 및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에서 트럼프는 네덜란드 식민 개척민들의 후손인 아프리카너들이 민간토지 수용법이 아프리카너들의 토지를 강제로 빼앗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아프리카너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프리카너들은 남아공 백인 가운데 소수다.
이에 대해 남아공 정부는 수용법이 인종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 법에 의해 수용된 토지는 아직 없다.
[워싱턴=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