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투매 부를 악재 따로 없어… 2분기 실적 시즌 이후 개선 여지
7월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시장 참여자들이 모르는 거대한 공포나 위기를 주식시장이 먼저 반영해 무너지고 있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흔들리는 것은 기업 실적이 아니라 시장 수급 구조이고, 무너지는 것은 주가가 아니라 투자자의 평정심이다.
과거 폭락장에서는 전쟁이나 금융위기 같은 범인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없다. 그 대신 여러 톱니바퀴가 맞물려 있다. 연료는 코스피 시가총액(시총)의 58%(7월 10일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 쏠림이다. 그 위에 증폭기가 얹혔다. 오르면 기계적으로 더 사고, 내리면 더 팔아야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14종)의 거래대금이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하는 월간 평균 비중이 5월 16%→6월 24%→7월 33%로 커졌다. 7월 3일에는 39%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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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합산 시총은 약 12조 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 약 6000조 원의 1%에도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수급상으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락에 베팅하는 단일종목 인버스 2배 상품(2종)의 비중도 6월 11%에서 7월 23%로 2배가 됐다. 현 폭락은 위기가 아니라, 그간 ‘역대급 폭등이라는 과속’과 ‘반도체 중심 쏠림이라는 수급’이 만든 결과다.
하지만 과속과 수급이 만든 조정은 역사적으로 오래가지 않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7월 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89조400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평균 영업이익 전망치 85조 원)를 상회했지만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원인은 단순했다. 시장의 ‘진짜’ 기대치는 어느새 90조~100조 원까지 올라가 있었고, 사상 최대 실적조차 그 눈높이에 못 미쳤던 것이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빠진 것은 실적이 나쁘다는 신호가 아니라 기대가 너무 앞섰다는 신호다.
메타발(發) 악재도 마찬가지다. 7월 초 “남는 AI 컴퓨팅을 판다”는 메타의 발표가 ‘AI(인공지능) 과잉 투자 자백’으로 읽히며 전 세계 반도체주를 무너뜨렸지만, 며칠 뒤 바로 그 메타가 AI 인프라를 내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뉴스의 공포와 기업의 실제 행동이라는 간극에서 주식을 던진 투자자는 수익률 희생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폭락과 투매가 반복되던 바로 그 기간에 바다 건너에서는 정반대 일이 벌어졌다. SK하이닉스의 ADR 공모에는 물량의 7배가 넘는 주문이 몰렸고, 상장 첫날인 7월 10일(현지 시간) 주가는 12% 넘게 오른 채 마감했다.
더 중요한 부분은 국내 증시가 이런 난리를 겪는 동안 이익 전망은 더 올라가고 진입 매력은 높아졌다는 점이다. 코스피 2026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월 말 930조 원대에서 7월 중순 현재 970조 원대로 상향됐으며, 이번 2분기 실적 시즌을 통해 1000조 원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동시에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월 6일부터 5거래일 연속 7배를 밑돌았고, 7월 8일에는 6.17배로 2008년 10월 금융위기 당시 저점(6.27배)마저 뚫으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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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이 지표가 처음 7배 아래로 내려간 날 주식을 산 투자자는 1개월 뒤 3%, 3개월 뒤 23%, 6개월 뒤 43% 수익을 거뒀다. 이번에도 과거 패턴을 반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외부 대형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밸류에이션까지 이 정도로 내려간 것은 지금 투자자들이 매도가 아닌 매수로 대응해야 실효성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최근 국내 증시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은 주가 등락률을 겪고 있지만 지금 같은 높은 변동성이 지수 방향성 전환의 신호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증시의 흔들림과 변동성 증폭은 올해 상반기 중 코스피가 100% 가까이 폭등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차익실현 욕구와 반도체 업종 중심의 수급 교란 현상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 증시 방향성과 직결된 이익과 밸류에이션 등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았고, 7월 말부터 본격화되는 2분기 실적 시즌을 통해 더욱 개선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증시에 대응할 때 다음과 같은 것들에 유념하길 권한다. 우선 레버리지 상품은 오래 들고 가지 말아야 한다. 2배 레버리지는 ‘매일’ 2배를 따라갈 뿐이라서 오르내림이 반복되면 기초자산이 제자리여도 손실이 난다. 코스피가 하루 5%씩 출렁이는 지금은 레버리지가 가장 빨리 녹는 환경이고, 이 상품들 자체가 시장 거래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변동성을 만드는 주범이 됐다.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에도 즉각 베팅하지 말자. 사상 최대 실적에 주가가 빠지고 악재로 보였던 뉴스가 며칠 만에 뒤집히는 시장이다. 이벤트는 방향이 아니라 변동성을 만든다. 결과를 맞히려는 베팅보다 어느 쪽이 나와도 견딜 수 있는 포지션이 낫다. 주식을 사더라도 나눠 사는 것, 진입 ‘시점’이 아니라 진입 ‘구간’을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때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48호에 실렸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