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안네 조피 무터…『남편잃은 슬픔 예술로 승화』

  • 입력 1996년 10월 17일 10시 04분


「劉潤鐘기자」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e단조는 모차르트가 모친의 임종직후 완성한 작품. 당시 모차르트는 한 편지에서 『여태껏 제가 이렇게까지 외로워본 적 은 없습니다』고 적을 만큼 고독을 느끼며 작곡한 작품인데 안네 조피 무터가 지난 해 9월 모차르트와 비슷한 상황에서 e단조를 열연한 콘서트실황 CD가 나와 전세계 오디오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베를린 음악축제에 참가해 콘서트를 앞두고 있던 안네 조피 무터는 연주회 준비중 남편이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하고 연주회를 포기하는 대신 모차르트의 e단조 소나 타를 프로그램에 추가해 연주했던 것이다. 무터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잃은 슬픔과 고독감의 정점에서 망부가(亡夫歌)를 부 르듯 연주, e단조를 또다른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국내에서도 발매된 CD는 88년부터 무터와 호흡을 맞춰온 램버트 오키스가 피아노 반주를 담당했다. 이 CD에는 e단조 소나타 이외에 드뷔시의 소나타 g단조,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 린 소나타 A장조 등이 수록돼 있는데 이 곡들은 모두 무터가 지금까지 음반으로 내 놓지 않았던 곡들이라 그동안 기대를 모아왔다. 한편 이번CD에서 또다른 눈길을 끄는 것은 앙코르로 연주된 세곡의 소품. 유명한 브람스의 「헝가리무곡」2번과 5번, 하이페츠가 편곡한 드뷔시의 가곡 「아름다운 저녁」등이 실려 있다. 무터는 13세때인 76년 대지휘자 카라얀의 발탁으로 무대에 나타난 「신동출신」연 주가. 이렇다 할 콩쿠르경력 없이 스타로 등장한 그녀는 그동안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음반상을 휩쓸며 별 어려움없이 초1급 연 주가로서의 기반을 다져왔다. 루토스와프스키, 볼프강 림 등 당대의 대작곡가들이 그녀에게 작품을 헌정할 만큼 승승장구해온 무터에게 있어서 남편과의 사별은 생애의 첫 중대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시련은 예술가에게 또다른 성숙을 가져다준다는 정설을 입증하듯 해외의 음악평자들은 이번 무터의 새 음반이 완벽에 다다른 아름다운 소리결과 함께 깊은 내면의 성숙미를 보여주었다고 격찬했다. 앙코르곡으로 연주된 「아름다운 저녁」은 겹세로줄을 그으며 바이올린 연주의 백 미를 보여주는 작품. 무터의 섬세한 활긋기는 얼핏 현악기 연주인지 인간의 노래소 리인지 분간하기 힘들만큼 악기자체의 음색을 초월한 아름다운 소리를 선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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