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養鎬전국방부장관의 메모 추문(醜聞)으로 시작된 비리의혹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그는 장관재임 2년 가까이 군(軍)개혁을 총책임진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장
관이 되기 전 합참의장시절 재미교포 무기중개상에게 공군의 장비구매계획안을 메모
로 전달한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李씨는 그 전에도 공군참모총장이 되려고 인사청
탁을 한 의혹과 방산업체로부터의 거액 뇌물수수, 재산등록 누락의혹까지 받고 있다
.
이번 사건은 군 수뇌였던 한 개인의 불명예에 그치지 않는다. 현정부의 도덕성 문
제일 뿐 아니라 한 나라의 국방부장관이 일개 무기중개상에게 끌려다니며 협박까지
당한 자체가 나라의 수치다. 李씨는 현재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사실여부
는 조만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 드러날 것이다.
검찰은 현정부의 도덕성과 국가의 체면에 큰 흠집을 낸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
의혹을 남기지 않는 것만이 그나마 최소한의 도덕성을 지키는 길이다. 李씨의 혐의
대부분은 아직 의혹제기단계에 불과하지만 이런 의혹들이 잇달아 터져 나오는 자체
가 우리 군이 안고 있는 부조리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공군참모총장 승
진 로비설은 군장성들의 진급 및 보직경쟁의 추악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검찰은 첫째, 李씨의 각종 스캔들을 둘러싼 뇌물여부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둘째
, 군당국은 무기중개상에게 넘긴 메모가 군사기밀이 아니라고 하나 왜 군사기밀이
아닌지를 소상히 조사해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셋째, 경(輕)전투 헬기 및 공군용
장갑차 사업 등과 관련한 금품수수설을 낱낱이 조사, 차제에 군과 방산업체간의 비
리사슬을 끊어야 한다.
무기구입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추문이 제기되는 것이 군의 체질때문인지, 아니면
무기중개상들의 부도덕에 기인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뇌물혐의를 밝히는
것 못지않게 앞으로 무기구입의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