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鍾求기자」 『미국 챔피언코스에 내놔도 톱 클래스 수준이에요』
아니카 소렌스탐이 지난 20일 96삼성월드챔피언십 여자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뒤 털
어놓은 칭찬이다. 바로 일동레이크GC의 완벽에 가까운 코스에 대한 평가다.
이 평가는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US LPGA) 관계자들이 경기장상태 점검차 지난
봄 내한했을 때 이미 내려졌다. 기대치 않고 왔던 이들은 짜임새 있는 코스디자인을
보고는 여자선수에 맞춰 길이를 줄여주고 그린 빠르기를 조정해달라고 부탁한 뒤
원더풀만 연발하고 돌아갔었다.
일동레이크GC는 한국 프로골프의 대명사격인 김승학(49) 한국프로골프협회부회장
의 땀과 노력의 결정체.
그는 70년대 한국 프로골프계를 풍미, 한장상 김승학 최상호로 이어지는 한국골프
사를 장식한 인물. 73년 한국프로 최초로 아시아서킷대회(필리핀)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그는 불운했다. 78년 아시아서킷대회 라운드중 맹장염이 도져 배를 움켜줘
고 필드를 돈 초인적인 인내를 발휘한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선수생활 마
감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우승직후 맹장이 터져 3개월을 꼼짝않고 누워있다 허
리디스크가 찾아온 것. 32세에 9승이 전부였다.
그러나 진짜 골프인생은 그후에 개화했다. 열악한 한국의 골프환경을 바꿔놓겠다
고 결심한 것. 동생 김영일(41)을 비롯, 세동생과 조카 곽유현 등 친인척만 50여명
을 프로골퍼로 이끌었다.
국산골프채가 없던 시절 뜨내기 수입상의 폭리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골프채를 수
입하다 결국 본격적인 골프용구 수입상을 차렸다. 용구수입으로 돈을 번 그는 대치
동에 대형 골프용구점 그린프라자를 열고 부인에게 경영을 맡겼다. 골프월간지 「국
제골프」를 창간, 궤도에 올린 뒤 여자배구 국가대표 출신인 여동생 김성순에게 넘
겨줬다.
사업이 모두 정상궤도에 오른 89년. 그는 평생꿈인 골프장 건설을 시작했다. 골퍼
의 모든 실력이 테스트되는 코스를 추구했다. 디자인은 일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김학영씨가 맡았고 자신은 부족한 공사비 조달에서 토목공사 잔디심기 캐디훈련 등
등 밤낮없이 매달렸다.
골프계인사들은 누구나 그를 「큰 손」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매년 사재 1
억원 가까이를 털어 7년째 주니어대회를 열고 선후배 프로골프들의 시니어대회를 개
최한다. 골프로 벌어 골프에 쓰겠다는 염원에서다. 그가 골프고 골프가 바로 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