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光杓기자」 『선진국문화와 우리문화의 교류는 실은 치열한 전쟁이다. 선진국은
호시탐탐 약소국 문화 침탈을 노리고 있다. 그 전쟁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우리는 2
1세기 강대국의 문화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 문화의 주체성 확립을 모색한 책 「문화전쟁」(둥지 발행)의 저자 한양대 윤
재근교수의 문화전쟁론이다.
「한국인은 강한 문화정신을 간직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온 윤교수는 지금
을 한국문화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윤교수는 『무역적자에는 민감하면서도 문화적자
에는 불감증을 보이며 서구문화의 소비시장으로 전락해버린 문화위기의 뿌리는 문화
사대주의』라고 지적하고 『특히 지식인의 사대근성은 심각하다』고 밝혔다. 한국인
의 문화정신은 강인한 토착성을 지녔으면서도 문화사대주의 때문에 어려운 길을 걸
어왔다고 말했다.
「문화는 언제나 전쟁을 치른다」는 점도 윤교수의 기본 생각이다. 문화교류라는
것도 실은 선진국의 강문화가 약문화를 침탈하고 정복하는 것이다. 즉 문화간의 모
든 접촉은 문화전쟁인 셈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자문화(自文化)는 강문화가 돼야
한다는 것이 윤교수의 지론.
그러나 윤교수가 이문화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지닌 것은 아니다. 항상 타문화
와의 전쟁을 통해 타문화의 우성(優性)을 자문화 속으로 끌어들여야 문화가 강해진
다. 그는 이를 「잡종일대(雜種一代)의 장점을 유지하려는 육종(育種)정신」에 비유
하고 일본문화를 대표적 예로 들었다. 그는 또 『문화선진국들이 자국중심의 국수주
의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한국인 중심의 주체성으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
했다.
윤교수가 문화전쟁을 주제로 집필을 시작한 것은 지난 73년. 다된 원고를 두번이
나 폐기하고 이번에 드디어 완성을 봤다.
그는 이 책을 「한국인에게 던지는 문화상소문」이라고 불렀다. 『오랜기간 이책
을 집필하면서 원효 균여 박세당 김만중 정약용 등의 선학들이 보여준 자문화 중심
의 정신을 흠모했고 그 아류가 되기를 자청했다』고 고백하고 정약용의 「아시조선
인(我是朝鮮人·나는 조선인이다)」을 연신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