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총선 선거사범 공소시효가 지난 11일 만료된 후 국회의원들이 뒤늦은 「당선사례」 요구에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이젠 선거법상 걸릴 것이 없으니 한턱내라는 주문부터 선거때 도와준 대가를 지불하라며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니 절로 실소(失笑)가 나온다. 「사례」를 챙기려는 유권자나 운동원은 물론 금품 향응을 제공하는 의원 모두가 민주주의를 하기엔 자격이 모자라는 사람들이다.
선거법이 후보자의 선거비용과 기부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선거일 후 답례금지 조항도 명시한 것은 두말할 것없이 「돈선거」의 고리를 끊자는 뜻이다. 선거운동기간뿐 아니라 투표 후에도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거래를 차단해 부정이 깃들일 싹을 없애자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공소시효가 지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각종 요구를 봇물 쏟아내듯 한다면 법은 한낱 속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
유권자나 선거운동원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의원들도 한심하다. 도대체 선거때 어떤 약속을 했고 무슨 도움을 받았기에 빚갚음이라도 하듯 금품과 향응을 제공해야하는가. 선거기간 중에는 전혀 기부행위 등을 하지 않아 유권자 등이 뒤늦게 한턱을 요구한다고 항변할지 모르나 부끄럽지 않은 선거를 치렀다면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자원봉사자들로부터 협박까지 받는다니 무슨 약속을 했는지 짐작이 간다.
4.11총선 직후 일부 당선자들은 축하인사를 받으면 『법이 워낙 엄격해 사례할 수도 없고… 6개월후에 보자』는 말을 하고다녀 화제가 됐었다. 지금의 뒤늦은 사례 요구는 그 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해도 유권자나 운동원들이 선거때의 도움을 빌미로 금품 등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 온당치 않은 일이다. 이런 유권자에 이런 의원들이 있는 한 공명선거는 공염불(空念佛)일 따름이다.
이번 일은 또한번 현행 선거법이 안고있는 맹점을 드러냈다. 국회는 기왕에 지적된 문제점과 함께 선거후 답례금지 문제도 현실적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