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勳기자」 「땜질」과 「보신」의 계절.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 연봉의 절반을 뚝 잘라 지은 보약을 입에 달고 다니는 선수라도 마라톤에 비유되는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을 거치고 나면 어느 한 구석 안 아픈 곳이 없는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
따라서 모든 경기가 끝난 지금쯤이면 진통제로 버텨온 상처가 더욱 붓고 아파올 시기. 바야흐로 「땜질과 수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휴식 없이 모두 13경기를 치른 현대는 말 그대로 「부상 병동」. 때문에 볼에 맞아 시퍼렇게 멍이 든 정도는 아프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할 처지.
정규시즌 막바지에 왼쪽 손목 골절과 새끼 손가락 마비증상으로 스윙조차 힘들었지만 진통제에 의존해 버텨온 거포 김경기는 조만간 스포츠 의학자 앤드루스 박사(버밍햄 메디컬)의 집도로 수술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갈 예정.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는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왼쪽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하기도 했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상한 김밥을 먹고 설사에 시달린 뒤 컨디션 난조로 부진했던 박재홍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뛰면서 평소 85㎏이던 체중이 78㎏으로 무려 7㎏이나 빠졌다.
그는 앞으로 광주 고향집에서 「가물치」 「민물장어」 「뱀탕」 등 영양식과 특제 보약으로 컨디션을 회복한다는 계획.
부상선수가 많기는 우승팀 해태도 마찬가지.
한국시리즈 MVP로 뽑힌 투수 이강철은 현재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크게 늘어나 조금만 굽혀도 비명이 나올 지경. 또 상체를 비틀며 던지는 「꽈배기 투구」로 인한 골반 통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간간이 느끼는 어깨통증과 오른손 엄지손가락 등 손볼 곳이 한두 군 데가 아니다.
또 홍현우는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물리치료와 재활트레이닝이 시급한 실정이며 이건열도 왼쪽 손목에 금이 간 상태로 한국시리즈 전 경기에 출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