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견습기수만 12년 과천경마장 이상두씨

  • 입력 1996년 11월 1일 20시 28분


「朴賢眞기자」 황혼이 깃들이는 과천경마장. 조명이 서서히 밝아지고 관중들의 함성도 높아만 간다. 경기가 한참 달아 오를 즈음. 남들과 달리 쓸쓸히 경마장 뒷언덕을 오르는 한 사내가 있다. 올해로 12년째 기수생활을 하고 있는 이상두씨(30). 그는 아직도 규정승수 40승을 채우지 못한 견습기수. 같이 입사한 동기들은 이미 2백∼3백승을 올렸고 새카만 후배들도 일찌감치 40승 고지를 돌파했다. 그의 불운은 86년 입영통지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한창 배울 나이에 군대에 간 그는 2년전 38승에서 승수가 멈춰버렸다. 잃어버린 경기감각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고등학교때부터 운동에 대한 소질이 남달랐던 그는 우연히 기수후보생 모집광고를 보고 마음을 굳혔다. 좋아하는 운동도 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1차시험에 합격하고 면접만 남긴 동국대 법대도 내쳤다. 집안의 반대가 만만찮았지만 그는 제갈길을 갔다. 『제가 길들여 놓은 말을 후배기수가 타고 출전할 때 제일 힘듭니다. 관중들이 「넌 왜 기수하느냐」고 비아냥거릴 때도 참기 힘들어요』 그러나 그는 묵묵히 삭일 뿐이다. 여기서 그만 두기에는 너무 아깝다. 그래서일까. 요즘 그의 노력은 남다르다. 새벽 3시20분이면 어김없이 조교장에 나와 4시간 가량 모래주머니를 달고 달리기를 하고 경주마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사실상의 정년인 40세전에 한번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요즘 명예퇴직이 유행이라면서요. 저야말로 정말 「명예로운」 퇴직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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