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현직 국회의원들의 친목단체인 헌정회(憲政會)가 여기 저기 손을 벌린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헌정회는 지난해 한국마사회로 부터 모두 4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는가 하면 지난 9월엔 정부투자기관 등에 회원들이 소장하고 있던 서화를 구입하도록 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전 현직 국회의원들이 모인 친목단체라면 그 이름에 걸맞게 품위를 지켜야 하며 자조(自助)적인 모임이 되어야 한다. 특히 헌정회는 현직 국회의원들도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단체다. 때문에 설령 외부헌금을 받는 경우라도 모금과정에 잡음이 끼어서는 안된다. 강제모금의 인상을 준다면 현직의원들의 영향력을 떠올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헌정회는 여기 저기 손을 벌렸다. 그것도 공문을 띄워 적지 않은 돈을 「모금」했다. 전직의원들의 품위유지와 노후생활안정을 모금의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그 모금방식 자체가 품위에 걸맞지 않는다. 게다가 기부금의 일부는 「불우회원」에게 나누어 지급했다. 모금과정이 떳떳하지 못한 돈으로 결국 친목회 내부 「불우회원」을 도운 셈이니 전체 모양이 불미스럽게 되고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엔 이런 저런 헌금이 많다. 그 헌금에 준조세(準租稅)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여간해서는 뿌리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어 할 수 없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준조세를 줄여가자는 마당에 모범을 보여야 할 전 현직 국회의원들이 비슷한 모금을 한 셈이다.
헌정회는 회원 소장 서화를 전시하고 국영기업들에 구입케 하는 과정에서 이완용 윤덕영 등 친일파의 서화와 일왕(日王)의 친필을 극찬하는 도록을 만들어 말썽이 된 적이 있다. 이쯤되면 헌정회의 시대감각과 도덕불감증이 보기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