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어문제 유출 용납 안된다

  • 입력 1996년 11월 3일 20시 36분


97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내신제 대신 시행되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제도는 수험생의 당락에 큰 변수가 됨은 물론이다. 고교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마련된 이 제도는 그러나 사전준비의 미비로 지난 1학기 내내 말썽을 빚었다. 기본취지는 옳으나 본란이 줄곧 제기해 왔듯이 성적을 어떻게 하면 공정하고 객관성 있게 매길 수 있느냐가 최대쟁점이었다. 많은 대학들이 2학기 들어 1학기에 발표했던 학생부 반영비율을 다시 수정, 최대한 낮춘 것도 공정성 객관성에 대한 회의적 태도를 나타낸 것이다. 이런 판국에 전국 대부분의 고교3학년생들이 치른 교육방송의 영어듣기평가 문항 일부가 사전유출된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평가를 학생부에 반영할 예정이었다고 하니 학생부에 대한 불신과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서울시교육청의 조사결과 출제위원인 현직 고교교사가 사설입시학원이 발간하는 학습지에 일부 문제를 넘겨주고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다. 교사의 윤리로 보나 출제위원으로서의 책임으로 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재시험을 요구하고 항의소동을 빚은 것도 이해할 만하다. 이번 영어듣기평가를 학생부에 반영할 경우 대학입시의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출제 관리 및 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책임도 크다. 출제된 문제에 대해 시험이 끝날 때까지 철저히 새나가지 않게 하는 것은 출제관리의 기본이다. 문제의 교사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이번 평가를 학생부에 반영하지 말도록 각 시도교육청에 요청한 것만으로 사태를 수습했다고 볼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더욱 불거진 학생부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신을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지가 교육당국의 큰 과제로 등장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