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04)

  • 입력 1996년 11월 4일 20시 25분


제5화 철없는 사랑〈43〉 이윽고 교주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 『여봐라, 이브라힘!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가?』 노인은 이 말을 듣자 한꺼번에 확 술이 깨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교주는 그를 용서해 주기로 했다. 교주는 여자를 궁전으로 데리고 가라고 분부했다. 또, 특별히 여자에게 방 하나를 마련해주고, 시중드는 노예들도 정해주도록 했다. 그리고 여자에게 말했다. 『알고 있소? 나는 그대의 주인을 바소라의 왕으로 삼기 위하여 보냈소. 이제 전능하신 알라의 뜻이라면 즉위식에 입을 예복과 함께 그대를 바소라로 돌려보내주리다』 아니스 알 쟈리스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교주의 손에 입맞추었다. 한편, 누르 알 딘 아리는 걸음을 재촉하여 마침내 바소라로 되돌아왔다. 그길로 그는 왕궁으로 찾아가 왕을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리하여 왕은 그를 맞아들였다. 누르 알 딘은 왕 앞에 나아가 두 손을 짚고 엎드려 편지를 바쳤다. 교주의 편지를 보자 왕은 일어나 세번 편지에 입맞추고는 읽기 시작했다. 편지를 읽고난 왕은 말했다. 『소신은 전능하신 알라와 충성된 자의 임금님의 어명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는 네 사람의 법관과 태수들을 불러놓고 편지를 보인 뒤 왕위에서 물러나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 대신 알 무인 빈 사뷔가 들어왔다. 그는 교주의 편지를 읽어보더니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갈기갈기 편지를 찢어 입속에 집어넣고는 질근질근 씹어 뱉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누르 알 딘을 새 왕으로 봉하라는 교주의 편지를 읽은 그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만 같아서 완전히 제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무슨 짓이요? 교주님의 친필 편지를 그렇게 하다니?』 왕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곁에 섰던 법관과 태수들도 모두 깜짝 놀란 얼굴들이었다. 그때 알 무인 빈 사뷔가 말했다. 『이놈은 교주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놈은 악당 중에서도 가장 못된 악당으로 악마의 앞잡이입니다. 교주의 친필인 무슨 낙서 비슷한 것이 손에 들어온 것을 기화로 그걸 악용하려고 하는 것이옵니다. 이것이 정말 교주의 편지라면 편지와 함께 이자에게 임명장을 주어서 보내셔서 임금님의 왕위를 거두실 것입니다. 그리고 시종이나 대신을 함께 파견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자는 임명장도 없이 편지 비슷한 것 하나를 들고 혼자 왔습니다. 간이 부어도 보통 부은 것이 아니지요. 이놈은 교주께서 파견하신 것이 결코 아닙니다. 절대로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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