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타당한 오해들 〈11〉
현석은 내 어깨에서 남방셔츠를 벗겨내고 윗몸을 꼭 안더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대로 가만히 있다. 그리고는 손으로 내 어깨와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본다.
『당신, 이렇게 말랐던가?』
『전에 당신도 말하지 않았어? 이렇게 작은 몸인 줄 몰랐다고』
『그게 아니고…』
내 몸에서 조금 떨어지더니 그가 내 얼굴을 자기 쪽으로 돌린다. 빤히 쳐다보는 그 눈길에 나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방안이 어둡다고는 해도 눈밑의 그늘이나 시들어가는 피부를 감추기에는 그의 얼굴이 너무 가까이에 있었다. 시트를 끌어당기면서 뒤로 좀 물러나려 했지만 현석의 팔꿈치가 완강하게 시트 끝을 누르고 있다.
『몸이 상한 건가? 그 일로?』
『그 일…』
무슨 일을 말하는지 물어보려던 나의 뒷말이 흐려진다. 현석은 아이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당신한테 상처를 주게 될 줄은 몰랐어』
현석은 그 말을 깊이 뉘우치는 사람처럼 가만히 내뱉는다. 나는 거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다 남을 상처입히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은 매일 일어난다. 내가 맞은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일일이 추적할 수도 없거니와, 바람이 불어 내쪽으로 날아온 것을 두고 책임추궁을 하려다가는 자기연민만 많아질 뿐이다. 나는 누구에게 용서를 빌지도 않지만 한편 내게 용서해달라는 사람을 보면 미안해서 쩔쩔맨다. 그리고 이것 역시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현석이 흠집을 낸 곳은 내 몸보다는 사랑 쪽이다.
『안 만나는 동안 많이 생각했는데…』
그가 몸을 일으키더니 침대머리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당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었어.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려니 하고 등뒤에서 끌어안는 거야. 그런데 얼굴을 뒤로 돌리는 순간 보니 전혀 낯선 여자라구. 당신은 늘 그런 식으로 당혹스러운 존재였어』
봄이었던가. 내가 현석의 곁에 누워 앓던 날, 그는 뭔가 깊이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무슨 생각해?」하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당신이 병들었으면 하는 생각. 약해 보일 때만 내 것 같아.
<글 : 은 희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