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가 거대한 시궁창으로 변해버린 이면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졸속과 부실, 무사안일과 무능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재확인됐다. 증가하는 오염원을 고려한 환경기초시설도 없고 2차처리까지 해야 할 공장폐수를 1차처리만 해서 방류했다. 하수관과 빗물하수구를 잘못 연결하고 업체들이 오폐수를 무단방류해도 고발하고 감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마디로 모두의 무관심 속에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로 만들어졌다. 5천2백만평의 간석지에서 연간 2만2천t의 식량을 생산한다는 장미빛 꿈을 부풀리며 7년동안 5천억원을 쏟아 부은 시화지구 개발사업 자체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감사원의 요구대로 시화호를 이렇게 만든 관련공무원과 시공업체 폐수방류업체들을 엄중 처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처벌이 거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다시는 제2, 제3의 시화호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당초 이 어설픈 계획을 졸속으로 입안해 밀어붙인 사람들에게도 일정한 책임을 묻는 것이 옳다. 문제는 처벌만으로 끝날 수 없다는 데에 있다.환경부는 99년까지 4천4백여억원을 투입하는 시화호 수질개선 세부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그때까지 수질이 확실히 개선된다고 믿기에는 그동안 쌓인 국민의 불신이 너무 크다.
일부에서는 실패를 자인하고 호수를 매립하거나 방조제를 헐어버리자는 극단론까지 내놓고 있고, 일부에서는 담수화계획을 포기하고 시화호 방조제를 수도권 중추항만 개발에 이용하자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모두 시화호 건설의 당초 목적에서 벗어난 제안들이다. 그러나 시화호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간단히 외면해버릴 수 없는 제안들이다. 부처이기주의나 부처자존심을 따지고 있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하다. 관련 부처가 더 늦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눈으로 특단의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