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자그레브…만사 느긋 서비스는 0점

  • 입력 1996년 11월 5일 20시 27분


크로아티아는 옛 유고연방의 한 국가라는 사실외에 우리에게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누에를 가져간 마르코 폴로가 크로아티아인이고 볼펜과 만년필을 만들고 넥타이를 처음 매기 시작한 나라가 바로 크로아티아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무역관을 개설하기 위해 이곳에 온지 이제 겨우 30일. 이 나라를 제대로 봤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놀란 일은 서비스 정신이 제로라는 것이었다. 국민성이 워낙 느긋해서인지 판매업체들로부터 견적을 받기가 무척 힘들었다. 견적을 요청하면 보내준다고 하면서도 도대체 언제 보내줄지 알 수 없다. 전화독촉을 하면 왜 그리 급하냐고 오히려 핀잔을 준다. 금요일 오후면 사무실이 대부분 문을 닫지만 거래하는 은행은 오후8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해 오후4시쯤 돈을 인출하러 갔다. 은행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위가 막아서며 영업을 안한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어느 나라에서 사절단이 찾아와 영업을 안하는 것이었다. 창구안에서는 직원들이 잡담을 하고 있었다. 사절단과 은행영업을 안하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가 안됐지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 사회의 서비스도 마찬가지였다. 메시지를 남겨도 연락해주지 않고 회신이 없어 다시 접촉하면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얘기뿐이다. 가장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인 전차가 운행도중 서는 경우 안내방송도 없고 사람들은 『또 고장이군』하고 당연한 듯 내려서 걷는다. 자동차 딜러에게 견적을 팩스로 보내달라고 하면 바쁘니까 견적을 받고 싶으면 자기네 사무실로 오라고 하고 심지어는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크로아티아어를 하는 통역을 대동하고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여유를 즐기고 느긋하게 생활하는 습관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의 「빨리빨리」 병을 버리고 이곳에 적응하려면 앞으로도 적지 않은 기간이 걸릴 것 같다.(이상광: 자그레브 무역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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