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鍾求기자」 27년을 한결같이 도봉산만 올랐다. 69년이후 매주 일요일은 도봉산 가는 날이다.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 억센 장대비도 거센 눈보라도 그를 막지는 못했다. 무려 1천4백회 넘게 도봉산을 오른 홍면후씨(69).
『산에 오르면 세상의 모든 잡념이 사라집니다. 수양이 따로 없지요. 마음이 맑아지면 육체는 저절로 건강해집니다』
홍씨가 도봉산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서울 근교의 산 중에서 가장 훌륭한 산악코스이기 때문. 너무 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만하지도 않아 스릴과 건강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단다.
도봉산 종주에 걸리는 시간은 5시간. 이제까지 모두 7천시간을 도봉산에 바친 셈이다. 날짜론 2백90일이 넘는다. 눈길에 미끄러져 죽을 뻔한 고비도 여러번 있었다.
『친지 결혼식에 못가는 게 가장 마음 아파요. 하지만 내가 「산사람」이란 걸 아니까 모두 이해해 주더군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홍씨의 도봉산 사랑은 일편단심이다. 직장은 교통부에서 철도청, 기업체로 숱하게 옮기다 은퇴했지만 도봉산 산행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홍씨는 등산객들의 타락과 도봉산의 파괴를 가장 아쉬워 한다. 『옛날 등산객들은 산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어요. 산에서 술마시고 고성방가하거나 오물을 버리는 사람은 「등산객」이 아닙니다』
도봉산 곳곳에 철책이 박히고 구불구불한 산길이 큰 길로 변한 사실도 안타깝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오르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했겠죠. 하지만 산은 망가졌어요. 사람 편하자고 산에 손을 대서는 안됩니다』
그는 도봉산만 타다가 도봉산 산신령이 되고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