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패구조의 개혁을

  • 입력 1996년 11월 5일 20시 30분


金泳三정부의 상표인 개혁의 핵심은 부정부패 척결이다. 사실 그동안 수없이 잡아들이고 또 옷을 벗겼다. 그럼에도 공직비리는 여전하다. 서슬 퍼런 사정(司正)으로 상위직은 맑아졌다지만 李養鎬전국방장관의 독직사건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서울시 버스비리에서 보듯 중하위직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손대는 곳마다 마구 줄줄이 엮여 나오는 부패의 유착고리는 구조적이고도 뿌리깊다. 부정부패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유엔까지 부패추방을 위한 세계공직자행동강령 채택작업에 나설 정도로 전세계적인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부정부패가 기승을 부리면 공정경쟁의 틀이 파괴되고 비효율성과 비생산성이 사회전반을 지배하게 된다. 그 결과 공동체의 규율이 흐트러지고 거짓이 사회를 지배한다. 이런 곳에 국가경쟁력이 돋아날 리 없고 경제발전은물론 선진국꿈도어림없다는 점에서 부정부패는 그냥 방치할 수 없는 사회 공적(公賊) 제1호인 것이다. 정부는 「제2사정」 작업에 나섰다지만 이번에도 과거처럼 일과성(一過性)의 반짝 사정으로 지나치고 말면 부패먹이사슬의 면역성만 더욱 키워줄 뿐이다. 관업(官業)유착 정경유착 현상이 구조적인 이상 척결작업 또한 제도적이고도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부정부패 관련자들을 가차없이 잡아들여 벌주는 일은 썩은 의식세계를 고쳐놓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비리를 저지르면 반드시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도 그래야 옳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패의 온상을 아예 구조적으로 없애는 제도개혁 작업을 과감하게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규제완화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 공개성 확보를 위한 제반 제도개혁이 급선무다. 가령 인허가 등 모든 민원사안의 경우 결정과정의 회의록을 만들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면 비리의 소지는 그만큼 줄일 수 있다. 보류중인 정보공개법이나 내부비리고발자보호법 같은 제도적 장치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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