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錫珉기자」 『컴퓨터가 사람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컴퓨터는 속이는 법이 없기 때문이죠』
고등학교 시절부터 컴퓨터에 「빠진」 송영기씨(30·삼성데이타시스템 정보기술연구소). 그의 집엔 컴퓨터가 모두 9대나 있다. 286급에서 매킨토시 펜티엄…. 또 추억의 애플Ⅱ+에서 손바닥만한 크기의 최첨단 팜탑 PC까지 방 한쪽 벽이 온통 컴퓨터로 채워져 있다. 단순히 쌓아놓은 게 아니라 이들 모두는 근거리통신망(LAN)으로 서로 묶여 실제로 쓰이고 있다.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송씨는 한 컴퓨터에서 다른 컴퓨터로 일거리를 옮겨가면서 작업을 한다.
왜 이렇게 많은 컴퓨터를 모아 두었을까. 단지 매만지다가 쌓인 「정(情)」 때문만은 아닐 듯싶다.
『일부러 컴퓨터를 수집한 건 아닙니다. 아무리 성능이 떨어져도 조금만 손을 보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데 도저히 버릴 수 없었어요』
그의 책상 서랍엔 이미 쓰레기 취급을 받는 286컴퓨터용 기판이 3개나 들어 있다. 혹시 다른 사람이 버리는 컴퓨터가 있으면 가져다 터미널로 개조(改造)할때 사용하려고 모아둔 것. 문자(text)만 나오게 하는덴 손색이 없다.
그의 손을 거치면 쓰레기도 귀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간혹 매스컴에서 학교 전산실습실의 컴퓨터가 구형이라는 비판어린 기사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정부에선 그 때마다 최신 기종으로 바꾸겠다는 의견이 나오구요. 하지만 어떤 컴퓨터를 쓰는가보다 오히려 어떻게 자신에 맞게 고쳐 활용하는가가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