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다. 며칠전 오후 한 동료교사가 슬며시 나를 보자며 빈 회의실로 이끌었다. 『이것좀 보세요』 그 선생의 손에는 한 권의 월간잡지가 들려 있는데 그 속에 편지 봉투가 삐죽이 튀어나와 있었다.
『조금전 한 학부모가 찾아와 책 한권을 선물로 가져왔다고 하기에 받았더니 그 속에 돈봉투가 들어있지 않겠어요』 그 봉투를 그냥 돌려주면 기분이 상할지도 모르고 학생의 교육에도 안좋을지 모른다며 선생은 서점에서 책 한권을 사다 그 안에 봉투를 넣고 정성껏 포장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얼마나 상쾌했는지 모른다.
매스컴에서 교사의 촌지와 돈봉투에 관한 기사를 보면 늘 마음이 답답하다. 동료 선생처럼 이렇게 양심적으로 깨끗하게 교단을 지키는 교사들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스포트라이트 한번 비치지 않고 요즘 사회는 모든 교사들을 한가지로 매도해 버리는 느낌이다.
지난 7년동안 교직에 몸담으면서 한번도 학부모들로부터 돈봉투를 받지 않았음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몇번 건네지는 돈봉투를 거절하느라 진땀을 뺀 적도 있었다. 주위를 살펴보면 돈봉투를 받기는 커녕 박봉을 쪼개어 어려운 학생들을 보이지 않게 돕는 교사들이 많다. 검은 돈이라면 단연히 거부하는 그들이 이 시대의 버팀목들이라 자부한다.
이 종 훈(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103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