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나이트(206)

  • 입력 1996년 11월 6일 20시 50분


제5화 철없는 사랑〈45〉 옥사쟁이 크다이트는 알 무인 빈 사뷔 대신에게 말했다. 『모진 매질을 가했기 때문에 죄인은 형편없이 쇠약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대신이 안으로 들어가보니 누르 알 딘은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시름은 가시지 않고 더해갈 뿐, 이 액운으로부터 누가 날 구해주리? 이 몸은 유랑으로 지치고 벗들도 모두 잃어버렸다. 삶의 기쁨을 잃었다면, 죽음의 고통은 오히려 가볍네. 오 모하메드, 지혜의 바다, 전능하신 수호자, 조정자시여! 지난 날의 내 허물을 용서하소서! 옥사쟁이는 대신의 명령에 따라 누르 알 딘의 옷을 벗기고 사형수에게 입히는 더러운 누더기를 입혔다. 그리고는 대신에게로 데리고 갔다. 그 오랜 원수인 누르 알 딘을 보자 대신은 걷잡을 수 없는 살의로 몸을 떨었다. 그러한 그에게 누르 알 딘은 말했다. 『너는 도리에 어긋나는 횡포를 그리도 많이 하고도 마음을 놓고 있느냐? 알라께서는 뜻대로 하신다는 것을 모르느냐?』 그러자 알 무인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아직도 입은 살아있구나. 그 따위 말로 나를 위협할 생각이냐? 바소라 백성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상관없다. 오늘이야말로 네놈의 목을 베어 원수를 갚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말했다. 「나중 일이야 알 바 아니지. 일단 죽여버리면 그만이니까」 누르 알 딘의 이야기는 이쯤해두고 바그다드에 혼자 남겨진 아니스 알 쟈리스와 교주는 어떻게 되었는가 하는 걸 이야기해보자. 사십여 일 전 그날밤, 바그다드 교주의 정원 「그림의 궁전」에서의 향연이 있은 뒤 교주는 삼십 일 동안을 누르 알 딘에 대하여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 삼십 일 동안 교주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직무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교주는 우연히 아니스 알 쟈리스의 방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그는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가 슬픔에 잠겨 부르는 이런 노래를 듣게 되었다.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생각나는 것은 오직 그대의 모습, 내 혀에 녹아 있는 것은 오직 그대의 이름. 그 아름답고 슬픈 노래 소리에 교주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보니 눈물에 젖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런 여자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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