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씨배를 움켜쥔 劉昌赫은 「공격 바둑」의 상징이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든지 검객 「일지매(一枝梅)」라는 별명에 드러나듯 그는 공격을 주무기로 삼는 프로기사다.
두터움을 지닌 운석(運石)에는 늘 공격의 단검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쉴새없이 노리고 겨누는 착점에는 살기가 어린다. 서른 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劉9단은 미소년같은 해맑은 얼굴이다. 그러나 그의 투지에 불타는 형형한 눈빛은 프로기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66년 서울출생. 바둑 명문 충암고에 들어갔다. 고1때인 84년 세계 아마바둑 대회에서 준우승하고 곧바로 프로로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4년뒤 당대의 1인자 曺薰鉉을 상대로 신인으로서는 처음 대왕위 타이틀을 따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이후 曺薰鉉 徐奉洙 李昌鎬와 더불어 당당한 4강 반열에 올라 기성(棋聖)왕위 타이틀을 따냈다. 끊임없이 맞붙는 4강전에서 그는 언제나 초반에 멋진 리드를 보인다. 그러나 여세를 몰아 승리의 끝내기까지 맛보는 일은 많지 않고 뒷심이 달려 무너지곤 했다.
93년 후지쓰배 우승으로 처음 세계 정상에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曺―李에게 승률에서 눌려온 설움을 벗은 劉昌赫.
그가 이번에 통쾌하게 응씨배에서 「한국킬러」 요다 노리모토를 누르고 두번째 세계정상을 밟은 것은 공격바둑의 승리이자 한국 바둑의 쾌거로 길이 빛날 것이다.
〈金昇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