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福禮기자」 박재근씨(38)는 엉뚱하다. 서울에서 기대를 한몸에 모으던 남자 무용수에서 「모스크바 무용예술대학」 설립자로 변신한 탓이다.
자신의 전재산을 털어 넣은 그 대학을 이번에는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이사장인 「모스크바 국제종합대학」의 한 단과대학으로 편입시켰다.
그가 이 대학을 세운 이유는 더욱 엉뚱하다. 구 소련영토에 사는 한국인의 후예 카레이스키들이 우리 문화를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협심 때문이었다. 94년에 설립해 2년만에 자신을 포함한 한국교수 3명 등 교수 30명에 학생 2백명의 중견대학으로 급성장시켰다. 학생중 80%가 카레이스키고 나머지는 러시아인들.
『편입됐다는 것은 우리 학교 수준을 인정했다는 얘기죠』
「국제종합대학」은 모스크바 최초의 사립대학. 총 26개 단과대학으로 구성됐고 미국 일본 등 외국인들이 설립한 단과대학들이 종합대학을 구성하고 있다.
그는 국내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던 스타. 90년 무용수로서 치명적인 다리부상을 당하자 발레교사로 방향을 바꿨다. 이듬해 러시아에 발레교수법을 공부하러 갔다가 학교설립을 결심했다.
『그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고 한국의 명절 제사 각종 의식을 궁금해 합니다. 하지만 가르쳐 주는 곳이 없어요. 한국문화에 대해 거의 단절돼 있는 셈이죠』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팔아 2억원을 마련하고 50년대 러시아를 대표하던 무용수 니콜라이 파제예프키의 도움을 받아 발레학교를 세웠다.
그는 『있는 살림 다 날리느라 부인의 질책도 많이 받았지만 학생들이 한국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