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세로 19줄 3백61점이 새겨진 네모꼴의 바둑판위에서 벌어지는 흑백 돌의 생존과 승부다툼은 변화무쌍(變化無雙)하고 흥미진진하다. 특히 프로 기사의 명대국(名對局)은 그들의 인내심과 인간적 버릇까지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흥미를 돋운다. 중국에서 발생, 삼국시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바둑이 요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바둑인구는 줄잡아 1천만명을 헤아린다. 물론 팬들을 포함한 숫자다. 바둑 전문잡지도 여러 가지가 발행되고 있고 종합 일간지마다 기보를 연재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국수(國手)전을 비롯, 전국 주요 신문사가 개최하는 바둑대회가 연중 계속 열리고 있다. 지난해 개국(開局)한 바둑 TV가 짧은 기간에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 것만 보아도 한국인의 바둑열(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세계 바둑계에서 우리나라 프로기사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상금 40만달러로 세계프로바둑대회가운데 첫손 꼽히는 應昌期배(杯)쟁탈 바둑대회에서 제1회 曺薰鉉9단, 제2회 徐奉洙9단이 제패한데 이어 올해 제3회에서는 劉昌赫9단이 우승했다. 臺灣의 바둑애호가 應씨가 내놓은 기금으로 지난 88년 시작돼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 기사들이 3연패를 기록, 한국 바둑이 세계 정상임을 재확인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활약중인 趙治勳9단이 최근 일본 바둑의 3대 타이틀인 棋聖 名人 本因坊을 한손에 거머쥐는 이른바 대삼관(大三冠)의 위업을 지난 83년에 이어 두번째로 이룩했다. 또 일본의 천원 타이틀 보유자인 柳時熏7단의 활약도 눈부시다. 그러나 바둑계의 부침(浮沈)이 어느 분야보다 못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자라나는 바둑 새싹들의 관리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