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주거생활과 황토(黃土)와의 관계는 아득한 선사시대에서 현대로까지 이어진다. 중국 중북부 고원지역인 섬서성과 하남성 북부, 산서성과 감숙성 동부에 걸쳐있는 황토고원 주민들은 가파른 경사지에 굴을 파고 살았다. 미국 남서부지역 푸에블로 인디언들도 황토로 만든 벽돌을 이용해 집을 짓고 요새를 만들었다. 우리의 옛 서민들이 살던 전통가옥 역시 「황토주택」이었다
▼황토주택이란 온돌방 바닥에 황토를 깔고 황토로 벽을 세우고 천장까지 황토를 바른 집이다. 건축소재로서 황토를 구하기 쉬운 탓만은 아니었다. 황토주택은 탁월한 온도조절기능으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할 뿐 아니라 황토 자체가 해독작용과 신진대사 촉진기능이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세종대왕때의 저술인 「향약집성방」과 같은 문헌들이 이를 말해 준다. 황토와 흑운모를 섞어 구들을 만들면 열보존효과가 뛰어나 왕실에서도 즐겨 사용했다
▼최근 몇년사이 「황토집 짓기」바람이 일고 「황토집의 효용성」에 관한 연구가 본격화하더니 마침내 「황토방 아파트」건설붐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유수의 주택건설업체들이 황토나 황토를 주요성분으로 하는 바이오세라믹을 바닥재로 사용한 황토방 아파트를 잇달아 공급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주택업자들의 상혼이 현대인들의 건강과 전통에 대한 높은 관심과 맞아떨어졌다고나 할까
▼황토방 이전에도 아파트 내부공간에는 세찬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삭막한 느낌인 시멘트공간에 전통양식을 접목해 보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한옥의 마당분위기를 연출한 현관의 미니정원, 안방의 완자무늬 창호문, 한지로 도배된 사랑방에 툇마루가 놓여지고 초롱 등이 걸렸으며 창을 열지 않아도 밤하늘의 별을 헤며 고향마을을 떠올릴 수 있는 베란다까지 등장했다. 주거문화의 변화 또한 어느 패션 못지 않게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