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친구들이 많아 거의 매일 우편물이 온다. 며칠전 영국 친구로부터 생일축하 선물을 국제소포로 받았다. 그러나 우편함에서 바로 꺼냈는데 이상하게도 소포의 겉봉이 찢어져 있고 내용물도 없었다. 친구는 귀고리 세트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빈봉투여서 놀랐다. 이런 일을 처음 겪는게 아니다.
작년 겨울에는 덴마크 친구가 한국의 풍경을 담아 달라고 필름을 보낸다고 했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 할 필름이 들어있지 않았다. 내용물 파손을 막기위해 여러겹으로 포장된 소포인데도 불구하고 겉봉은 너덜너덜 찢어진 채 알맹이가 없었다. 내 손안에 쥐어진 것은 친구가 손수 쓴 일곱장짜리 장문의 필름 사용법 뿐이었다.
화가 난 것은 둘째치고 내가 이해할 수도 없는 이 상황을 외국 친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참으로 당혹스러웠다. 검열제도가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필름이나 귀고리가 검열에 걸려 압수당할 물건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설령 압수를 했다면 수취인에게 통고는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우편물 배달 실태를 외국 친구에게 곧이곧대로 설명해야 할 것인가, 선물 잘 받았다고 거짓말을 해야 할 것인가. 귀고리는 잘 받았다면 그만이지만 필름의 경우 거짓말을 할 수도 없어 난처하다. 도대체 어느 과정에서 소포의 내용물이 없어진단 말인가. 체신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아울러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기 현 정(서울 은평구 증산동 187의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