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규하씨 증언거부 무책임하다

  • 입력 1996년 11월 14일 20시 26분


崔圭夏전대통령이 12.12 및 5.18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강제구인되고도 증인선서를 거부, 증언을 하지 않은 것은 사법부의 권위를 무시한 처사다. 아무리 전직 대통령이라 해도 한사람의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태도로 심히 개탄스럽다. 崔씨는 전직 대통령의 재임중 국정(國政)행위에 대한 증언은 전례가 없고 앞으로 후임 대통령들에게 부담을 주며 삼권분립원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증언거부입장을 법정에서 밝혔다. 그리고는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에 일절 입을 열지 않아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하는 국민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崔씨의 증언거부입장은 79,80년의 상황을 되돌아볼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그는 10.26사건 직후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특별담화를 통해 『유신헌법에 따라 과도(過渡)대통령을 뽑고 빠른 기간안에 헌법을 개정, 정식선거를 실시토록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崔씨는 각계 지도자들과 만나 평화적 정권교체가 자신의 역사적 사명임을 분명히 했고 그해 12월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당선, 취임했다. 국민에 대한 이같은 崔씨의 약속은 全斗煥 盧泰愚씨 등 신군부의 쿠데타와 정권탈취로 지켜지지 않았다. 불과 8개월만에 갑자기 하야(下野), 全정권이 탄생되는 결과를 빚었으니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사정을 역사와 국민앞에 밝힐 책임이 있다. 빼앗긴 정권은 崔씨 개인의 것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는 점에서도 崔씨는 당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그 진상을 사실대로 말해야 할 책임이 있다. 사법부는 그가 경험한 사실이 全, 盧씨 등 피고인들의 내란혐의여부를 판단하는데 결정적 요소라고 보고 법절차에 따라 증언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당연히 존중하고 준수해야 할 민주시민의 법적 의무를 거부한 것은 국민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崔씨의 증언거부로 12.12 및 5.18의 완전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 기회는 놓치고 말았다. 이런 형편에 그에게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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