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업발전심의회의 「짜맞추기 심의」

  • 입력 1996년 11월 15일 20시 37분


통상산업부가 15일 오전10시부터 대한상의에서 긴급개최한 공업발전심의회는 일부 위원들이 회의절차에 관해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는 바람에 회의시간이 40여분 지연됐다. 이들은 통산부 측에서 안건을 설명하려하자 『정부가 이미 반대방침을 세워놓고 공발심을 연 것은 이 기구를 들러리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며 반발했다. 이들의 지적대로 통산부 간부들은 공발심이 열리기 전 각 위원들과 개별접촉, 정부안에 찬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공발심을 동원, 짜맞추기 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朴在潤통상산업부장관은 지난 7월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사업 진출문제는 현대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공업발전심의회를 열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현대가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날 공발심을 소집, 일관제철 사업문제를 논의토록 했다. 이 때문에 朴장관은 「식언(食言)장관」이란 별명을 하나 얻었다. 통산부 간부들도 며칠만 지나면 들통날 거짓말을 태연히 하곤했다. 『공발심은 열 계획이 없습니다. 현대가 사업계획서를 가져오면 그때 논의해도 늦지 않습니다』(지난 12일 오후 林來圭통산부기초공업국장) 林국장의 말은 『12일 아침 통산부로부터 공발심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金世源공발심의장의 설명으로 금세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날 열린 공발심은 「유령의 재판」으로 불린다. 원고가 제소를 하기도 전에 재판이 먼저 열려 판결을 내린 꼴이다. 제철소 건설문제는 정부의 인허가나 신고사항이 아니다. 지난 94년 제정된 경제행정규제완화 특별법에 그렇게 돼 있다. 그러나 통산부는 『국민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투자는 민관이 협의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인허가 행위를 하고 있다. 정부가 규정을 만들어놓고 스스로 그 규정을 지키지 않는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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