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챔피언전 추태] 반칙57 퇴장4명등 최악

  • 입력 1996년 11월 17일 20시 16분


「李在權기자」 과연 무엇을 보여 주었는가. 과연 2002년 월드컵을 치러낼 능력은 있는 것인가. 96프로축구 챔피언결정전이 벌어진 지난 16일 수원종합경기장. 경기종료 후 그라운드에서는 억울하게 졌다는 수원 삼성팀의 격렬한 항의가 이어지고 있었고 반대편에서는 마치 팬들의 성원을 받는 우승을 차지한 것인양 울산 현대팀의 헹가래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관중은 이들의 모습을 비웃기라도하듯 총총히 자리를 떴고 일부 관중은 양팀의 그라운드추태에 대한 분노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전후반 90분동안 57개의 반칙, 14개의 경고에 퇴장 다섯차례. 이 모두 국내프로축구사상 최다의 부끄러운 기록들이었다. 게다가 네차례나 경기가 중단되고 경기막바지에는 양팀에서 각각 8명과 9명이 서로 대결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팬들에게 가장 좋은 경기로 보답해야 할 경기가 프로축구사상 가장 추악한 경기로 기록되고 만 것이다. 「억지춘향식」으로 우승팀을 가려내기는 했지만 우리 국민정서에 가장 부합된다는 축구, 2002년 월드컵까지 유치했다는 한국축구로서는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순간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었던 것 물론 심판의 판정이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양팀의 추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한 축구팬은 지적했다. 팬들은 두팀이 숙명적인 라이벌인데다 13년만에 처음으로 우승해야 한다는 집착과 창단 첫해에 어떤 깜짝 놀랄만한 사건을 일으키겠다는 과욕으로 팬들이 사랑하는 내로라하는 한국축구의 스타플레이어들을 「그라운드의 폭력배」로 만든 것에 더욱 분노하고 있었다. 여기에다 융통성없는 원칙만을 중시했지 원만한 경기운영에는 미흡했던 심판들의 미숙한 판정은 모처럼 축구의 진수를 만끽하려는 팬들을 배신하는 꼴을 만들고 말았다. 한 원로축구인은 『두팀 어느팀도 우승을 인정할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서로 동업자관계를 유지해야 할 팀들은 통제할 수 없는 라이벌의식에 자제를 못하고 그라운드의 선수들은 보복심리가 가득한 채 플레이를 하고 있어 큰 문제』라고 비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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