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른 아침 밖이 시끌시끌해 나가보니 도로에 차선을 칠한다며 골목에 주차해 놓은 차들을 치우라는 거였다. 신흥주택가라 비교적 골목이 넓은 편이지만 한쪽에는 늘 주차를 하는 바람에 통행로는 차 한대가 겨우 다닐 정도여서 불편했다. 그런데 이 골목을 일방통행로로 정해 진입로와 주차선 표시를 해준다는 얘기였다.
주택가 골목까지 고맙게 주차선을 그어주다니…. 아스팔트 바닥에 칠해진 하얀 차선은 너무나 산뜻해 주민들의 기분마저 상쾌하게 해주었다. 어쩌다 골목 중간쯤에서 서로 눈치싸움을 하다가 후진을 하곤 하던 불편을 덜어준 행정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 고마운 마음은 열흘도 채 못되어 실망으로 변했다. 차선이 그어지고 일주일쯤 되었을까. 무슨 공사인지는 몰라도 길바닥이 마구 파헤쳐지고 있었다. 새하얀 페인트선은 아스콘 조각과 함께 무참히 덤프트럭에 실려가고 말았다.
단 열흘도 내다보지 못하는 행정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피땀이 밴 세금이 어처구니 없이 낭비되고 있는 현장을 보면서 주민들은 말문이 막혔다.
툭하면 파헤쳐지는 우리의 도로. 10년은 못 내다보더라도 단 1년이라도 내다볼 수 있는 행정을 펼 수는 없는 것일까.
김 갑 남(경기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1168의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