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학문 공동연구 활성화돼야

  • 입력 1996년 11월 18일 21시 01분


오랫동안 인문 사회분야 대학교수들의 연구는 대부분 단독연구에 의존해왔다. 따라서 연구결과도 개인의 벽을 넘지 못하고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더구나 이들 가운데는 연구의 내용이나 성격상 단독으로 수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거나 부적절한 주제들이 끼여 있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모두들 인식하고 있는 내용이다. 물론 공동연구보다는 단독연구가 훨씬 효과적인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용과 효과」 면에서 비경제적인 연구 또한 비일비재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자들이 공감하리라고 본다. 이제는 학자들의 연구분야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는 생각이다. 단독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효과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분야에 따라 바람직한 공동연구 또는 협동연구의 풍토를 살리는 방안이 절실하다. 이제 연구의 질을 한차원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연구수행 방법에만 의존해서는 안되며 새로운 연구풍토의 조성이 시급하다고 본다. 이같은 발상에서 본다면 이달초에 창립된 한국음성과학회(KASS)의 출범은 학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사례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이 학회는 음성학자 음성의학자 음성공학자들이 모여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리」(Sound)에 대한 이론을 함께 정립하고 관련되는 갖가지 응용부문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자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학회 창립학술대회에 참석한 어느 중견 과학자가 농담삼아 지적하기도 했다.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불가능하고 그러한 욕심이 어찌 보면 신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라고. 물론 동의한다. 그렇더라도 학자들이 할 수 있는 한 「언어의 생성과 전달」은 물론 「언어장애의 진단과 치료」까지 부단히 연구할 수밖에 없다. 주목할 대목도 있다. 전공을 달리하는 학자들이 모여 「학제간 협동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서로의 접근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시각차가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시도가 성공하려면 강독이나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 끊임없이 서로를 배우며 시각차를 좁히려는 태도가 요구된다고 본다. 아울러 이같은 공동연구 풍토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연구기금을 관리 운영하는 책임자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젊은 과학자들의 이러한 전진적인 시도가 조기에 정착되고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고 도 홍(한림대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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