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成燁기자」 회사원 정모씨(30·서울 강서구 가양2동)는 휴일이 반갑지 않다. 취미가 없어 달리 할 일이 없다. 일주일 동안 격무에 시달린 머리는 피곤하지만 『서울랜드에 가자』는 부인과 아들의 말이 메아리처럼 들린다. 회사에 남겨 놓은 일이 자꾸만 떠올라 오전에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점심을 먹고는 다시 회사로 향한다. 등 뒤에서 부인이 불평하지만 정씨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일을 해야 하니까』
일중독(workaholic)이란 사회가 복잡해진 80년대 초부터 쓰이기 시작한 말. 의사들이 사용하는 병명도 아니고 「일중독증」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지금껏 단 한명도 없다. 그러나 최근 사회가 치열한 경쟁체제에 들어서면서 정씨처럼 일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오홍근 신경정신과의원장은 『우리사회는 일중독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입시위주의 중고등학교 교육과 성과위주의 기업문화가 사람들을 일중독자로 몰아간다』고 밝혔다.
일중독의 가장 큰 특징은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손에 일이 없으면 불안 고독 죄의식에 빠지는 것. 직장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을 정도로 열심이지만 대개 가정생활은 파탄에 이르기 일보직전이거나 아예 가정이 파괴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체사장 증권회사직원 연구원 컴퓨터프로그래머 방송언론인 등이 일중독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의사들은 지적한다.
경쟁을 장려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나 돈을 삶의 목표로 정한 사람, 일찍 부모를 여의고 자수성가한 사람이 환경적으로 일중독에 빠질 위험이 높다. 성격적으로는 △조급하고 △강박관념에 매달리고 △야심적인 사람과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루려는 「슈퍼맨신드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일」에 두기 쉽다.
일중독이 지속될 경우 스트레스로 인한 편두통 성기능장애 등 신체적 문제가 생기고 정년퇴직을 하거나 명예퇴직을 당했을 때 자신의 존재 이유인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정신과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한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일중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일중독증이라는 사실을 먼저 알고 △규칙적인 운동 △매일 적어도 5분 이상의 명상 △6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 △1년에 1주 이상 일에서 완전히 벗어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