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는 멸종됐지만 지리산 반달곰은 살릴 수 있습니다」.
20일 오후2시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야생동물 밀렵규탄과 지리산 반달곰 살리기 캠페인」이 열리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지난 17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리산에서 올가미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 서울대공원 동물병원에 옮긴 노루가 죽은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崔冽(최열·47))사무총장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이 밀렵꾼의 올가미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무자비한 인간에게 저항하지 못하는 약한동물을 우리가 보호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곧 자연으로부터 보복을 당할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회원들은 『지리산 반달곰은 보통 12월20일경 동면에 들어가는데 그전에 충분한 먹이를 섭취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밀렵꾼들이 설치해 놓은 덫에 걸려 죽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겨울을 재촉하는 가랑비 속에서 3명의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곰과 노루탈을 쓰고 나무로 만든 모형덫에 걸려 신음하는 모습을 표현한 공연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행사장 옆에는 지리산 노루가 덫에 걸려 쓰러져 신음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얼마전 지리산에서 아기노루가 반달곰을 잡기위해 놓은 올가미에 걸려 죽었다는 것을 알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서울대공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서울이 낯선데다 엄마가 너무나 그리워서 떨다가 죽은 것이에요』
이날 행사에서 곰인형을 안은 서울 신중초등학교 2학년 이보나양(9)이 덫에 걸려 죽은 노루에 대한 애도사를 읽어 참석자들을 숙연케 했다.
『덫을 놓은 어른들이 원망스러워요. 오늘 밤에는 착한 아기노루가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기를 기도할 거예요』
이양의 소망은 빗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듯했다.
〈申致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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