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元在기자」바야흐로 지방자치시대. 민선단체장과 시청 공무원은 진정 지역주민의 행복만을 위해 일하는가.
「그렇지 않다」고 믿는 관객이라면 미국 뉴욕시청 내부의 비리 커넥션을 소재로 삼은 영화 「시티홀」(해럴드 베커 감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3일 개봉되는 이 작품은 젊은 시장보좌관이 치밀한 조사를 통해 뉴욕시장 및 정계 실력자와 마피아 보스간의 결탁 사실을 폭로하는 무용담을 다루고 있다.
영화속 관료들의 업무처리 방식이 뉴욕시 내부의 메커니즘을 원형대로 재연한 것은 아니지만 행정과 로비의 상관관계는 제법 실감나게 그려진다. 이야기 무대를 버스노선 조정비리로 얼룩진 서울시청으로 옮겨놓고 감상하면 현실세계와 영화를 비교해보는 색다른 묘미도 느낄 수 있다.
차기대통령 후보를 꿈꾸는 뉴욕시장 존 파파스(알 파치노)와 사회 개혁의지에 불타는 보좌관 케빈 칼훈(존 쿠색). 이들은 가끔 의견 충돌을 빚기도 하지만 서로 신뢰하면서 뉴욕시를 이끌어간다.
시장과 보좌관의 협조체제는 브루클린에서 벌어진 총격전으로 형사 산토스와 마피아 조직원 티노, 여섯살짜리 흑인소년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균열된다. 칼훈은 2년전 티노가 마약밀매 혐의로 체포된 뒤 풀려난 경위가 석연치 않은데 주목해 배후인물 색출에 나선다.
「시티홀」은 칼훈의 진실규명 노력을 골격으로 삼으면서 틈틈이 시 정책 결정과정의 왜곡 현상도 우회적으로 꼬집고 있다.
「표」의 향방에 민감한 민선시장은 지하철 노선변경 등 주요 현안을 결정할 때마다 다음 선거에 미칠 영향을 염두에 두는 인물로 묘사된다. 선출직의 약점을 파고든 부동산업자의 청탁은 정치인을 통해 시장에게 전달되고 소수 권력층의 이해는 「행정」이라는 명분으로 시민들의 생활패턴을 결정짓는다는 것.
결말은 해피엔딩. 칼훈은 우여곡절 끝에 판사 정치인 시장이 마피아의 농간에 휘말려 티노 석방에 관여했음을 밝혀낸다. 비리 연루자들이 공직에서 사퇴하거나 자살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관객들은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읽게 된다.
원작자 켄 리퍼는 실제 뉴욕시장 보좌관을 지낸 인물로 전직 시장 2∼3명의 장단점을 취합해 존 파파스라는 캐릭터를 창조해 냈다. 알 파치노의 선굵은 관록 연기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영화의 흐름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