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통일되기 전 서베를린공항 입국심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동서냉전의 최전선이라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지만 여행객들로서는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입국 목적이나 동행자, 총기류 소지 여부 등을 캐묻는 것은 그렇다치고 심지어 어젯밤 숙소가 어디였느냐는 식으로 따져 물을 때는 모욕감까지 느껴야 했다. 그것이 서독의 안전을 위해 거쳐야 할 절차였다
▼지금은 훨씬 부드러워졌지만 우리나라 김포공항 출입국자에 대한 보안검색도 여간 까다롭지 않다. 검색대를 통과해도 휴대용 검색봉으로 다시 몸을 훑고 마지막으로 가방을 열어보이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방을 열어보일 때의 그 수치감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 여행객들의 경우고 줄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의 출입국절차는 형식에 불과한 느낌이다
▼김포공항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국내에 불법 취업하려는 동남아인들에게 뇌물을 받고 입국 허가한 것은 이 틈을 비집고 생겨난 비리의 한 단면일 것이다. 입국 재심사 대상으로 분류돼 입국이 보류된 파키스탄인들을 브로커들로부터 돈을 받고 눈을 감아줬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불법취업 외국인들의 범죄가 점차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배경에 이런 불법입국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작년 말에는 통과여객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중국인들이 입국사증도 없이 공항을 빠져나와 취업하려다 붙잡힌 적이 있었다. 나라의 관문에 뇌물을 주면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 뚫린 것이다. 겉으로 아무리 가방을 뒤져도 뒤로 이런 개구멍이 뚫려 있어서야 국가가 안전할 수 없다. 국제테러리스트나 간첩이 이 허점을 이용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돈에 눈이 팔린 좀도둑 몇명이 국가의 제방을 허물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