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약사들이 정부의 의료 정책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토론회 참가형식을 빌려 집단휴진 및 휴업에 들어간 지난 20일 낮 보건복지부 고위당국자는 당초 물가억제를 이유로 연내 동결키로 했던 의료보험수가 인상 방침을 밝혔다.
그는 『재정경제원이 지난 10월 동결방침을 밝힌 이후에도 재경원과 협의, 의보수가의 연내 인상을 재추진해왔다』며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밀려 방침을 변경한 것이 아니다』고 애써 기자들에게 강조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볼 때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밀린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그대로 믿는 기자는 없었다.
의사들은 이날 「의료정책 바로 세우기 대토론회」를 통해 △복지부내에 한방정책관실 신설 △의과대학 신증설 허용 △의보수가 연내동결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누적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 중 한방정책관실 신설이나 의과대학 신증설 문제는 이미 끝난 사안이어서 결국 사상 초유의 의료인 집단행동은 복지부가 재경원과 마지막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의보수가 인상폭을 겨냥한 「시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7년 의보제도 도입 당시 관행수가의 55%수준으로 책정된 후 18년동안 소비자물가는 4.2배, 임금은 13.2배 올랐는데도 의보수가는 3.7배밖에 오르지 않아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병원과 의원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었다. 복지부가 이날 재빠르게 의보수가 인상방침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복지부의 태도다. 매사 폭발직전까지 가도록 방치해두었다가 이익집단들의 집단행동이 있고서야 마지못해 끌려가듯 수습책을 내놓곤 하는 것이 복지부다.
복지부의 이런 태도 때문에 의료분쟁은 그칠 날이 없고 그때마다 국민건강은 볼모로 잡히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金 世 媛 <사회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