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필리핀 공항 폭발물발견 소동 『찜찜』

  • 입력 1996년 11월 21일 20시 14분


▼흔히 영화나 소설속에서 보았던 핵무기 생화학무기 또는 컴퓨터를 이용한 테러를 「차세대테러」라고 한다. 고농축 우라늄에 간단한 기술을 보태면 핵무기를 만들수 있고 시중의 화학물질 몇개만 합성해도 생화학무기를 만들 수 있다. 컴퓨터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리는 사이버 테러도 이미 수십건 보고되고 있다 ▼테러의 목적도 상당히 바뀌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항하고 있는 「하마스」나 「헤즈볼라」,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꿈꾸는 이탈리아의 「붉은 여단」, 타밀족의 독립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스리랑카의 「타밀엘람 해방호랑이」 등은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테러단체들이다. 그러나 최근의 테러리스트들은 모호하고 신비한 주장을 내세우는 광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일본의 옴진리교와 같은 사이비종교 색채를 갖거나 미국의 오클라호마 폭탄테러와 같은 의도가 불분명한 테러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리는 필리핀의 마닐라공항과 수비크만에서 20일 폭발물이 발견되어 떠들썩했다. 필리핀의 정예경호요원 2만6천명과 18개국 정상들이 자체 대동한 경호요원들은 바짝 긴장했지만 라모스대통령은 이것을 훈련용으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견된 폭발물은 사제 시한폭탄이었다. 필리핀내에는 APEC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지방의 공산주의 단체들, 이슬람 분리주의자들 및 극단주의자들이 있어 위험은 여전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아무래도 라모스대통령의 얘기를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무언가 꺼림칙한 것도 사실이다. 훈련을 한 것이라고 하지만 세계의 시선이 온통 필리핀으로 쏠리고 있던 중이었다. 훈련때문에 온세계가 한순간이나마 섬뜩한 「악의 이빨」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었다. 스스로의 얼굴에 흙탕을 끼얹는 듯한 훈련을 왜 이 시점에서 구태여 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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